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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재명 지사에 '종북' 비난..명예훼손 아냐"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07:05

수정 2019.04.23 07:05

대법 “이재명 지사에 '종북' 비난..명예훼손 아냐


정치인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종북'이라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북'이라는 표현행위는 의견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고 선고한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른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400만원을 배상하라“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종북'이라는 표현에 명예훼손 책임을 부정하더라도 '거머리떼들' 등의 모욕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씨는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를 '종북' 인사로 지칭하는 글을 게재했다.


구체적으로는 이 지사에 관해 '종북 혐의', '종북에 기생해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간첩들을 비호하고 이들의 실체를 국민에게 속이고 이들과 함께 정권을 잡으려는' 등으로 표현했다.

이 밖에 변씨는 '푸틴의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는 안현수 사진이 메인을 장식했다'며 '안현수를 러시아로 쫓아낸 이재명 성남시장 등 매국노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글도 올렸다.

이 지사는 2014년 5월 "변씨가 합리적 근거 없이 '종북', '종북 성향' 등으로 지칭해 사회적 평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남북이 대치하고 국가보안법이 시행되는 현실에서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범죄를 저지른 반사회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도 크게 손상될 것"이라며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이 명예훼손이라고 인정한 표현 중에 '종북'은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변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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