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 할 때인가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2 17:02

수정 2019.04.22 17:40

[기자수첩] 지금이 리디노미네이션 할 때인가


"지금도 돈 쓰는 데 불편한 점이 없는데 굳이 할 필요 있겠어요?"

요즘 정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두 중 하나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이다.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을 먼저 던지기 일쑤다. 이들에게도 리디노미네이션은 상당한 관심사인 셈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위와 같은 의견은 꼭 나온다. 그러면 다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논쟁에 불을 지핀 시발점은 지난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 총재는 지난 1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작심한 듯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사실상 못을 박았다.

리디노미네이션 찬성론의 주요 근거는 경제규모에 비해 화폐단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유일하게 달러 대비 네자릿수 환율인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마지막 화폐개혁이 있었던 1962년 이래 50년 넘게 현재 화폐단위로 된 돈을 써왔다. 갑자기 이제 와서야 화폐단위가 너무 크다며 사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 수는 얼마나 될까. 과거 현금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면서 현금 사용도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지금은 고물가라기보다는 오히려 물가가 낮은 상황으로, 급격한 경제의 이상징후라고 보기 어렵다.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던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자칫 물가가 더 폭등하는 등 예상 외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견을 들어본 전문가들도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가뜩이나 경기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불확실성을 더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흥미롭지만 소모적 논쟁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한 상황도, 할 타이밍도 아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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