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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책임투자 생태계엔 무심한 국민연금

[기자수첩] 책임투자 생태계엔 무심한 국민연금


"책임투자 관련 자금을 단기적으로 빼면 장기투자가 전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사회책임투자(SRI) 세미나에서 한 참석자는 국민연금에 대해 이같이 질타했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규모를 2017년 6조8800억원에서 2018년 26조7400억원까지 늘렸지만 위탁운용은 오히려 줄여 '무늬만 SRI'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책임투자 관련 국내 주식 액티브 직접운용에 나섰다. 직접운용 규모도 22조1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위탁운용하는 국내주식 중 책임투자 규모를 6조8800억원에서 4조5800억원으로 2조3000억원이나 줄였다. 이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연구용역을 맡은 고려대 산학협력단 연구진의 권고와도 반한다. 연구진은 10%가량인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위탁펀드 규모를 1~2년 이내에 20%까지 늘리고 3~4년 안에 25%, 5년 이후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생태계 조성에 반한 것은 단기수익률과 관계가 깊다. 통상 국민연금은 벤치마크(BM)를 2분기(6개월) 연속으로 7%가량 언더퍼폼하면 운용사로부터 자금을 회수한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 -0.92%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국민연금의 근시안적 행동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ESG 투자가 수익률에 주는 영향은 롱텀(장기간)으로 온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차량인 프리우스 개발 등으로 일시적으로 수익이 제한됐지만 이후 결과가 좋았다. 기업이미지도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도 "책임투자 관련 국민연금의 직접운용은 물론 위탁운용도 늘어나야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책임투자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 투자를 늘리는 것은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당연한 책무다.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ESG투자에는 환경·사회도 포함된 만큼 기업 옥죄기로 통칭되는 기업 지배구조에 '메스' 대기에만 열중키보다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