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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공감 백배, '원순씨'의 묘한 화법

[현장클릭] 공감 백배, '원순씨'의 묘한 화법

얼마전 서울시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10대 그물망 대책'을 내놨다. 그 간 산발적으로 발표됐던 대책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총정리 차원이다.

그런데 이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박원순 시장의 말에서 나왔다. 그는 "미세먼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울시민"이라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활방식으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차도 덜 타야 하고, 보일러는 친환경으로 바꿔야 하며, 오래된 차는 폐차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덜 마시려면 시민들이 이런 불편을 견뎌내야 한다는게 발언의 속뜻이다. 선출직 공무원이자 정치인으로서 이런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얘기할수 있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완곡한 어법이나 에둘러 표현하는데 익숙한 정치인들과는 딴판이다.

그래서일까. 박 시장은 중요한 정책적 결정이나, 방향성을 설명할때 과감하고 조금 앞서간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 2017년 미세먼지를 처음으로 '재난'이라 표현한 것이나, 메르스사태 때가 그렇다. 2015년 메르스가 전국을 덮쳤을때 당시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자, 박 시장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정보를 전격 공개했다. 박 시장 특유의 정면돌파형 화법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시민들은 환호 했지만 일각에서는 주목받기 위해 나선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용산 통개발' 발언도 이런 맥락이다. '낡고 위험한 건물들은 보강하고 고쳐서 시민들이 잘 살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조장한다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박 시장의 이런 화법은 항상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올해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는 결국 미세먼지가 '재난'으로 규정됐고, 친환경보일러 의무화, 차량 강제 2부제도 특별법에 모두 포함됐다. 다들 미세먼지를 스모그 쯤으로 인식하던 시절부터 박 시장이 줄곧 주장해 왔던 정책들이다.

박 시장이 주요 정책들을 브리핑 할때 자주 언급하는 두가지가 있다. 바로 '서울이 먼저 하면…'과 '마중물 역할'이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정책을 내놔야 다른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뒤늦게 따라오기 때문에, 서울시는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시장의 과거 발언들을 되새겨보면, 결국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문제를 공론화 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수 있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최근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미세먼지와 싸우는 야전 사령관'이라고 지칭했다.
지난달 전국의 대기중 미세먼지 농도는 그야 말로 전쟁터의 화약 연기 만큼 자욱했다. 이제 대책 정도로는 부족하다. 누가 됐든 전면에 나서서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각오로 미세먼지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