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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한국 드론산업 늦지 않았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8 16:31

수정 2019.04.18 16:31

[여의나루] 한국 드론산업 늦지 않았다

지난 화요일 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드론 분야에 대한 혁신성장동력 규제개선 공청회의 좌장 역할을 맡았다. 필자는 좁은 선입관 때문에 드론이 과연 오락·문화 행사 등을 넘어서서 어떤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필자의 선입관은 발표자, 패널 토론자들은 물론 청중에서 질문한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구체적인 제안들로 인해 보기 좋게 깨져 버렸다. 이미 드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에게는 드론은 현실로 다가온 과제였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현재는 오락,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의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벌이는 데 머물고 있지만, 연구자들이나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자들의 시야는 농업 분야, 택배·운송 분야, 국토·환경 분야 그리고 재난대응, 도시보안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드론의 가능성에 천착해 사업가로서, 연구자로서 역할을 해 왔던 토론자 한 분의 말대로 당시에는 중국 사업자들이 자신의 연구와 비즈니스를 배우기 위해 뻔질나게 찾아왔는데 지금은 중국이 완전히 앞서 버린 상황이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이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어 버린 DJI, 이항 등을 비롯하여 선전의 드론산업은 세계 시장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드론산업이 선배인 한국을 추월해 이렇게 급성장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중국이 무인비행체 관련 세계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드론의 공격적 수출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고, 더 중요한 요인으로 중국 정부가 드론산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드론 분야 비즈니스 규제를 '선허용·후관리'라는 원칙으로 훨씬 자유로운 수준으로 풀어준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사례로 미뤄 보더라도 드론을 이용한 여러 가지 비즈니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규제가 대폭 개선되는 것이 필수적인 셈인데, 발제자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런 신산업들이 제대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드론 분야의 주요 규제로 지적돼 왔던 비행구역, 비행높이 등과 관련한 기술적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문제의 절반도 해결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태어날 비즈니스들을 다루는 다른 법률들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종합적 규제개선에 나서야 한다.

작은 드론을 이용하는 오락·교육 분야에서는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며 복잡한 규제를 개선해 주기만 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산업계의 현실적 제안도 있었는데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적극 나서 주기로 약속했으니 기대해 보겠다.


그렇지만 지금 중국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역시 오락, 엔터테인먼트 등의 용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대형 드론을 이용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을 준비해 나갈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는 거의 모든 참여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 주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책임자가 잘 언급했듯이 아마도 드론이 응용될 분야는 아직도 미래를 기대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분야가 더 많고, 이런 분야에서는 충분히 우리나라가 새로운 경쟁력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인간이 항상 꿈꿔 온 '하늘을 나는' 일이기 때문에 드론 비즈니스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지만, 미래를 염두에 두고 꿈을 키워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김도훈 서강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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