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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흔들지마" IMF·WB 경고에도… 트럼프 또 연준 압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18

수정 2019.04.15 17:18

"양적긴축 반대로 했어야" 저격
저금리로 위상 떨어진 중앙은행, 독립성 위태… 정치권 압력 받아
전문가들 "경제 불안해질것" 우려
연준도 트럼프에 굴복 안해.. 레이건에 맞섰던 볼커 일화 공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총회에 참석, 자리를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총회에 참석, 자리를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전세계 곳곳의 중앙은행 위상 약화가 세계 경제 안정성을 해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08년 세계경제를 금융위기로부터 구출해 권위가 강화됐던 연준 등 각 중앙은행이 최근의 포퓰리즘 물결과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저금리에 따른 정책 실탄 미비 등으로 강력한 무기를 상실한 가운데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연차총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흔들기는 경제의 버팀목을 흔드는 것이라며 중앙은행 독립성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 중앙은행을 흔드는 손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IMF·WB 총회에서 경고가 잇따랐다면서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준 흔들기는 계속됐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4일에도 트워터를 통해 연준에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 재개를 다시 압박했다. 그는 "연준이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주식시장은 5000포인트 더 올라 1만포인트가 됐을테고, 국내총생산(GDP)은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이 3%가 아닌 4%를 넘어섰을 것"이라면서 "QE 축소가 이를 죽였다. 연준은 완전히 그 반대로 했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당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저금리와 QE를 비판했던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된 뒤 옐런 전 의장의 QE 축소와 금리인상을 못마땅해했고, 결국에는 금융위기 해결의 1등 공신으로 불리던 옐런 대신 2018년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에 앉혔다. 그렇지만 파월 역시 금리인상과 QE 축소를 지속하자 지난해부터는 파월 파면 얘기를 흘리는 등 연준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는 논란이 많은 자신의 정치적 동료 2명을 연준 이사로 앉히려 하고 있고, 금리인하와 QE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사정은 10여년전만 해도 크게 달랐다. 2008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당시 재정이 바닥 난 각 정부를 대신해 중앙은행들이 소방수 역할을 하며 세계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헬리콥터 머니'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연준의 무제한 돈풀기를 시작으로 각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등 초저금리와 채권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인 QE를 동원해 시장심리를 안정시켰다.

그렇지만 위기가 진정되고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되레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비수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 패러다임 변화로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과열 근처로도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후반 이후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에 접어들면서 통화완화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주 강의에서 이전 같았으면 중앙은행 독립성이 흔들릴 때 "재갈이 풀리면 언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악마가 다시 발호할지 알 수 없다"고 위협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낮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중앙은행 독립이 왜 필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독립적인 중앙은행들께 감사드립니다. 훌륭히 해 내셨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당신들이 필요 없어요"라는 것이 지금의 세태라고 로고프는 덧붙였다. 로고프는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언젠가 다시 들이닥칠 것이라면서 그 때가 되면 미국을 포함해 각국은 중앙은행 흔들기에 나섰던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결기 다지는 연준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파면 위협에 강하게 맞서며 독립성을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가운데 연준은 12일 웹사이트에 지난 2008년 이뤄졌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인터뷰를 첫 공개해 트럼프의 압력을 버텨낼 것이라는 결기를 보였다. 볼커 전 의장은 이 인터뷰에서 1984년 당시 재선을 앞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일화를 소개했다.


볼커는 당시 백악관 도서관으로 불려간 자리에서 베이커 실장이 "대통령이 지시할 것이 있다"면서 선거전 금리인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은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볼커는 레이건이 침묵으로 자신에 대한 불쾌함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굳이 2008년 인터뷰를 지금에서야 웹사이트에 올린 것은 연준이 백악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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