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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美 봉쇄 비웃듯… "애플에 5G칩 팔 수 있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15

수정 2019.04.15 17:15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AP연합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AP연합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가 최근 모뎀칩을 구하지 못해 5세대(5G) 신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는 애플에 자사의 모뎀칩을 팔 수도 있다고 밝혀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자체개발 계획을 세워놓은 애플이 화웨이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화웨이가 모뎀칩을 외부에 판매할 의사를 보이면서 모뎀칩 업계의 경쟁이 거세질 전망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 및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방송한 인터뷰에서 애플에 모뎀칩을 판매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 점과 관련해 애플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CNBC는 애플이 화웨이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기린 980'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화웨이가 개발한 5G 모뎀칩 '바롱5000'에는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다는 추측은 지난 8일부터 외신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돌았다. 5G 모뎀칩 시장에는 미 퀄컴이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제품을 선보인 이후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갖춘 수많은 경쟁자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화웨이는 지난해 자체개발한 5G 모뎀칩 '바롱5G01'을 공개하고 지난 1월에 후속작인 바롱5000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에 자체개발한 5G 모뎀칩인 '엑시노스 모뎀 5100'을 공개했다. 타사의 부품을 사서 쓰던 애플은 지난 2010년부터 자체 AP를 사용했지만 2016년까지는 퀄컴의 모뎀칩을 이용했다. 애플은 2017년 퀄컴과 특허 소송을 벌이면서 인텔의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재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이 지지부진해 최소 2020년은 돼야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애플이 5G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나 화웨이에서 부품을 사와야 한다. 대만의 미디어텍도 5G 모뎀칩을 만들기는 하지만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4일 애플이 삼성 측에 5G 모뎀칩 구입을 문의했으나 삼성에서 물량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애플이 부품을 살 수 있는 기업은 화웨이뿐이다.

일단 애플도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자체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CNBC 등은 지난 2월에 애플이 5G 모뎀칩 개발을 위해 조직개편에 나섰다고 전했다. 애플이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상용화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애플은 5G 경쟁에서 최소 몇 년간 뒤처지거나 화웨이 제품을 써야 하는 입장이다. CNBC는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안보 등을 내세워 화웨이를 강력히 규제하는 만큼 애플이 화웨이 제품을 사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화웨이의 이번 제안은 애플의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모뎀칩 제조사들을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이제까지 경쟁사에 자사의 모뎀칩을 팔겠다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가 애플 외 다른 휴대폰 제조사와 협력을 모색할 경우 5G 모뎀칩 시장에서는 인텔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퀄컴과 삼성, 화웨이의 불꽃 튀는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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