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게임은 죄가 없다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11

수정 2019.04.15 17:11

[기자수첩] 게임은 죄가 없다

'될놈 될'

'될놈은 된다'의 줄임말로 성공할 사람은 어디에서나 어떻게든 성공한다는 의미다. '될놈 될' 공식은 다양한 경우에 적용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자산을 가지고 결혼한 이 중 2013년 아파트 한 채를 구매해서 지금은 수억대의 자산가가 된 놈, 학창 시절 똑같은 학교, 학원을 다녔는데 일류대를 나와 넘사벽이 되어버린 놈 등등.

우리집에도 '될놈 될'이 있는데 바로 내 남편이다. 남편의 취미는 PC로 게임을 즐기는 것인데 칸트보다 더 정확한 생체시계로 새벽 1시 이후에는 게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될놈 될'의 반대급부에는 대표적으로 나 같은 사람이 있다. 나의 취미는 넷플릭스로 미국드라마를 보는 것인데 한번 빠져들면 새벽 4시는 기본으로 주야장천 틈만 나면 그 드라마만 보고 그야말로 흠뻑 중독되고야 만다.


최근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 과몰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게임 과몰입의 가장 주된 영향은 게임 그 자체보다는 자기통제력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국의 10대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변화 추적과 게임 이용의 영향,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살피는 종단 연구를 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게임시간이 아닌 자기통제력이다.

결국 중독을 야기하는 장치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중독되는 그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게임 과몰입이 게임 때문이라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셧다운제는 유독 PC온라인 게임에만 적용하고 있다.

PC온라인 게임 자체가 중독의 원인이라면 내 남편의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게임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 해당 플랫폼에는 관대하면서 왜 유독 게임만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규제의 총구를 들이대는지 이해할 수 없다.


될 사람은 게임을 하든, 넷플릭스를 보든, 유튜브를 보든 중독될 리가 없다. 죄는 나에게 있다.
게임은 죄가 없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