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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카자흐스탄식 비핵화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7:08

수정 2019.04.15 17:08

중앙아시아에는 '~스탄'(페르시아어로 땅이나 나라)으로 끝나는 7개국이 있다. 이중 5개국은 옛 소련에서 독립했다. 과거 우리와 교류가 적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6일부터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순방하면서 이 국가들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다.

김 2차장의 언급이 뜬금없어 보이진 않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ABC 방송에 출연, 북한의 비핵화와 오크리지연구소의 연계 구상을 밝혔다. 이 연구소는 카자흐스탄 핵물질 일부를 처리한 곳이다. 카자흐스탄이 옛 소련이 자국 땅에 배치했던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해 볼턴 보좌관과 카자흐스탄 모델을 논의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은 1992~1995년 핵무기 1000여기 등을 러시아에 넘겼다. 카자흐스탄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오크리지연구소로 이관하기 위한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사파이어 프로젝트'가 진행된 때도 1994년이었다. 그 반대급부로 미국 등 서방국들은 막대한 경제지원으로 카자흐스탄의 체제전환을 도왔다. 카자흐스탄식 해법은 큰 틀에서 보면 '자발적' 비핵화였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1991년 옛 소련 붕괴와 함께 '비자발적으로' 핵무기를 물려받았기에 가능했을 법하다.

카자흐스탄식 모델을 북핵 해법으로 그대로 원용하기는 어렵다. 국제정치사를 통틀어 불량국가가 체제를 지키는 사활적 수단을 제 발로 포기한 전례는 없어서다.
이는 북한이 리비아식 '선(先)핵포기, 후(後)보상' 모델을 결국 체제를 위협할 전형적 사례로 여기고 있는 데서도 짐작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핵 보유가 외려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고 보고 보상 없이 핵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정상국가의 길을 선택하도록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 이외에 북한 비핵화의 왕도는 없을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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