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낙태 수술‘할 바엔 의사 그만둘 것... '거부권' 반드시 주어져야”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5 16:57

수정 2019.04.15 16:57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단체 회원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단체 회원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신을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한 청원인이 ‘의사의 소신’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수술(이하 낙태)을 할 수 없다면서 환자 진료 거부권을 달라고 주장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낙태 합법화, 이제 저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그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낙태 찬성 측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와 함께 ‘의사의 낙태 시술 진료 거부권’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 게시물은 15일 오후 2시 현재 1만8307명이 동의했다.


이 의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임신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저도 한 여성으로서, 낙태를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으며 그분들의 의견도 존중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사는 “지난 10년 이상 밤낮으로 산모들을 진료하고 저수가와 사고의 위험에도 출산의 현장을 지켜본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에게 낙태시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로 그 시술을 할 수 없습니다”면서 “저는 아기집이 처음 형성되는 순간부터 출산의 순간까지 산모들과 함께하며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를 매일 느낍니다. 저는 도저히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라고 남겼다.

심지어 그는 “낙태가 합법화되고 낙태 시술이 산부인과 의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저는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진=fnDB
/사진=fnDB

또한 본인뿐 아니라 ‘낙태 시술 진료’로 인해 기존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사의 길을 스스로 접을 수 있으며 향후 지망생들도 개인의 신념에 따라 반강제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 전망했다.

그는 “저는 이미 오랜 시간 분만 현장을 누비며 즐겁고 보람되게 일했기에 미련 없이 물러날 수 있겠지만, 생명의 신비에 감동해 산부인과를 선택하고 싶은 후배들은 낙태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포기해야 할 것이며 독실한 카톨릭이나 기독교 신자의 경우 종교적 양심으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안그래도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의 비인기과는 의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낙태 합법화가 되더라도 원하지 않는 의사는 낙태 시술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진료 거부권을 반드시 같이 주시기를, 그래서 낙태로 인해 진료 현장을 반강제적으로 떠나야 하는 의사가 없게 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11일 헌재는 1953년 제정된 이후 66년 동안 유지된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자동 폐지된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산부인과의사회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환자들의 임신중절수술의 허용범위를 명확히 해 환자 진료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개인 신념에 따라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의사를 환자들이 진료거부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 후속조치도 함께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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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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