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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아베, 6월 G20잔치서 '文대통령과 정상회담 보류' ...그 배경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4 15:38

수정 2019.04.14 17:21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WTO패소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 잇단 망언으로 인한 사임 
강제징용 판결 해결 압박 메시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사진=청와대 제공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사진=청와대 제공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이 사실상 오는 6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 보류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오사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개최국 정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정상들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일단 보류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공 판결 해결에 대한 한국 정부에 압박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패소 판결, 최근 장·차관급 인사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수세에 몰린 아베 총리가 자국의 비판 여론을 한국에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토통신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아베 총리가 G20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보류를 검토 중이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총리관저 소식통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등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냉각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의사가 느껴지지 않아 건설적인 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신은 아베 총리가 지난 달 말부터 G20 정상회의 기간 중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소극적인 생각을 주위에 전했다며 "빈손으로 오는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번 보도는 조현 외교부 1차관이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오사카G20정상회의 참석 가능성과 함께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일본 정부의 간접 반응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기간 연 게 마지막이었다. 그 후 정상간 전화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14일 우리 외교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오사카 방문도 확정되지 않은데다 현재 일본 정부와 물밑에서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보도"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압박성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이런 반응이 아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서로가 양국의 미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은 만일, 문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한·일간의 상호 불신이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G20 정상회의까지 남은 두달여 사이에 한국이 일본에 대한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리거나 북한 문제 등에서의 정세 변화가 생긴다면 아베 총리가 필요에 따라 문 대통령과 회담할 가능성도 나온다고 예상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와 관련 WTO의 상소기구에서 역전패 당한 자국의 비판 여론을 한국쪽에 돌리기 위한 노림수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WTO 판정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교도통신에 "문 대통령과 논의해도 진전이 예상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와 당장 이달 21일 오사카와 오키나와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총리는 최근 국내적으로 정권의 고위관계자들의 잇단 망언으로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쓰카다 이치로 국토교통 부대신(차관)이 아베총리와 아소다로 부총리의 지역구 사업을 스스로 챙겨줬다는 이른바 '손타쿠' 발언으로 사임(지난 4일)한데 이어 엿새 후인 지난 10일엔 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 담당상이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복구(부흥)보다 정치인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경질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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