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F-35 추락을 둘러싼 속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2 16:59 수정 : 2019.04.12 16:59

1944년 7월 31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미국 육군항공대 462 폭격전대에 속한 B-29 슈퍼포트리스 중폭격기들이 날아올랐다. 폭격 목표는 당시 만주국 영토였던 랴오닝성 안산의 일본군 제철소였다. 엔진 이상으로 뒤처졌던 하워드 자렐 대위의 기체는 앞서가는 폭격기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썼고, 성공적으로 폭격을 마쳤지만 돌아갈 연료가 부족했다. 게다가 대공포화에 맞아 엔진까지 고장난 상황. 자렐 대위와 승무원들은 적지에 추락하지 않기 위해 가장 가까운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소련은 약 7개월 뒤에 승무원들을 풀어줬지만 B-29는 미국에 반환하지 않았다. 태평양전쟁 동안 3대의 B-29가 추가로 소련에 불시착했고, 소련은 총 4대의 기체를 역설계해 1947년 미국 기체를 거의 베낀 투폴레프(TU)-4 폭격기를 선보였다. TU-4는 훗날 소련 중폭격기 개발의 모태가 됐으며 1950년대에 중국에도 수출됐다.

미국의 라이벌이 미국 무기를 베끼는 행위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1998년 동유럽에서 코소보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코소보에 진입한 세르비아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이듬해부터 세르비아에 무차별 폭격을 감행했다. 작전에는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F-117 나이트호크도 투입됐다. 세르비아 방공군은 스텔스기를 잡기 위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이용한 요격작전을 짰고, 1999년 3월 27일 밤 소련제 SA-3 대공미사일을 이용해 1대의 F-117을 격추시켰다. 조종사는 8시간 뒤에 구조됐지만 잔해는 세르비아에 남았다. 그로부터 12년 뒤에 지구 반대편의 중국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J)-20을 공개해 서방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과거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2020년은 돼야 스텔스기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J-20 공개 직후 코소보 사태 당시 크로아티아군 참모총장이었던 다보르 도마제트 로소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F-117 격추 당시 중국 정보요원들이 추락지역을 돌아다니며 잔해를 모았고 현지 농부들을 통해 스텔스기 잔해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모은 잔해들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으로 옮긴 뒤 하얼빈공업대학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이 추가로 해커부대를 동원해 주요 미국 군수업체들을 해킹했으며 잔해 분석과 해킹정보를 활용해 J-20을 개발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과거가 있다 보니 미국 언론들은 지난 9일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F-35 전투기가 태평양에 추락하자 일제히 우려에 찬 기사들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F-35에 투입된 최신 스텔스·레이더 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체 파편을 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F-35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했으며 이번에 추락한 기체는 조립만 일본에서 했다.

그러나 양측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중국은 11일 관영 신문 환구시보를 통해 F-35의 과대포장과 결함을 주장하면서 미국 언론들이 무책임한 억측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동시에 러시아 관영통신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의 F-35 수색을 경고하는 미국 언론들의 반응을 신기하다는 듯이 모아서 보도했고, 다른 매체들은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인 수호이(SU)-57과 F-35를 비교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현재 러시아는 F-35를 수입하려다 미국과 관계 악화로 인도절차가 중단된 터키에 SU-57를 팔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태도가 사실 파편 입수를 위해 펼치는 연막작전일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들에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제 라이벌들이 미국 기술을 베끼려 하든지, 아니면 이미 너무 성장해 더 이상 미국 기술에 관심이 없든지 간에 어느 쪽으로든 밤잠을 설치게 생겼다.

pjw@fnnews.com 박종원 글로벌콘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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