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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산물 수입금지 WTO판정패에 발칵... 법적대응→외교적 대응 태세전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12 15:08

수정 2019.04.12 18:23

日 "한일 협의해가자" 요청
고노다로 외무상. 연합뉴스
고노다로 외무상. 연합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한국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현 주변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결론이 나오자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더욱이 1심에서 승소했던 터라, 이번 상소심 판정 패소의 충격이 큰 상태다. 수산물 분쟁에서 이길 경우, 한국을 본보기 삼아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여타 50여개 나라들에게 압력을 가하겠다는 구상 역시 막판에 빗나갔다.

최종심에서 결론이 난 이상, 국제법상 이를 뒤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이 문제를 한·일 양국간 협의로 풀기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적 대응에서 외교적 대응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 WTO에서 결정이 나온지 불과 1시간 가량 지난 12일 새벽 1시16분께 일본 외무성은 고노다로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고노 외무상은 "진정으로 유감이다. 한국에 수입 철폐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상소기구의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과 협의해 조처의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을 기반으로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전 외무성 청사에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패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고노 장관이 한국에 의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문제를 논의할 양자 간 협의를 하자고 요청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모든 제재조치 폐지를 요구해 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한국과 양국간 협의를 통해 조치의 철폐와 완화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소기구가 일본산 식품은 화학적으로 안전하고 한국의 안전기준을 달성했다는 1심의 판단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며 "이에 따라 일본이 패소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패소가 아니다'는 스가 장관의 강변에도 일본 사회에선 국제적으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안정성 우려가 확산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본 수산청 관계자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불안이 나오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외무성 경제국장과 수산청 장관이 총리관저에 불려가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3년 9월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에서 잡힌 28개 어종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에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처를 내린 50여개국 중 유독 한국만을 상대로 2015년 5월 WTO에 제소했다. 한국의 수입규제가 다른 50여개 국중 가장 엄격해 한국을 상대로 이기면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수입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WTO상소기구는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의 판정을 뒤집고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최종 판정, 이로써 한·일간 수산물 분쟁은 한국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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