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낙태처벌 위헌' 헌재, 태아독자생존 시점 '22주' 제시

뉴스1

입력 2019.04.11 18:07

수정 2019.04.11 18:07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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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엔 "태아 성장상태가 보호기준 안돼…결정권보다 생명권"
이번엔 '독자생존 가능시점' 판단…"14주까진 사유없이 허용해야"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헌법재판소는 11일 2012년과는 달리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조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012년 8월23일 낙태 처벌 형법조항을 처음으로 헌법의 심판대에 올렸던 헌재는 4(합헌)대4(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필요하다.

헌재는 당시 "태아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임신 주수를 낙태허용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낙태가 만연하게 된다"며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모자보건법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등 예외적 경우엔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과도한 자기결정권 제한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이날 헌재 선고에서 7년 전과 달라진 부분은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도 9명 중 2명으로 첫 선고 때의 절반에 그쳤다.

2012년 당시 위헌의견에서 임신 중기(13~24주)와 초기(1~12주)를 구분해 "임신 초기엔 임부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줄 여지가 크다"고 한 것과 유사한 취지로 읽힌다.

헌재는 이날 산부인과 학계 견해를 빌어 태아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라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 22주 내외 도달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결정가능기간)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보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결정가능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입법부에 공을 넘긴 것이다.

헌재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갈등 상황도 예시했다. 구체적으로 Δ학업·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지장 우려 Δ소득 불안정 Δ상대남성의 출산 반대, 낙태 종용 및 육아책임 거부 Δ미혼의 미성년자가 원치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이다. 모자보건법상 예외사유에 포함돼 있지 않은 이러한 상황이 개정논의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임신 14주 무렵까진 "어떠한 사유 요구 없이 임신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 기간 낙태는 만삭분만보다도 안전하고, 낙태로 인한 산모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가 임신 8주 이후 2주마다 2배씩 증가하는 점 등을 들어서다. 이에 따라 관련법을 개정하면 모자보건법상 낙태허용 사유가 크게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재판관은 또 "임신 22주 이후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 여성에게 임신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도 봤다. 이 역시 임신 24주가 지나면 낙태를 일체 허용하지 않는 현행 모자보건법보다 여지를 둔 것이다.


'처벌 합헌' 의견에서 2012년엔 없었던 '재생산권'이 언급된 점도 눈에 띈다.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가족계획을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 여성의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재생산권의 침해는 낙태가 아니라 피임을 통해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조항은 여성 재생산권보다 태아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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