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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 챙기는 국가 재난 대응, 이대로 안 된다"

동물해방물결 기고

지난 4일, 강원도에서 역대 최대 산불이 발생했다. 인명, 재산 피해가 컸다. 비인간 동물의 희생은 특히 심각했다. 반려인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개는 물론, 소, 사슴, 닭, 염소 등 축사에 꼼짝없이 갇힌 동물은 불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을리거나, 타죽었다.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포함, 현재 대한민국 재난 관리 시스템에 비인간 동물은 없다. 동물을 구조할 책임은 온전히, 함께 사는 개인에게 있다. 이로 인해 재난 발생 시 혼란과 동물이 입는 피해는 엄청나다. 이번 강원 산불 현장에서도 비인간 동물은 국가의 구호를 전혀 받지 못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의 ‘비상대처요령’은 “봉사용 동물”이 아닌 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서는 “애완동물의 소유자들은 가족 재난 계획에 애완동물 항목을 포함”시키라 하면서도, 정작 가장 필요한 ‘대피소 동반’을 금하고 있다. 하여 이번에도 대피소 출입을 거부당한 반려인들이 차를 타고 인근 사설 보호소를 찾아 헤매는 사연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포항 지진 때와 마찬가지다. 현재의 비상대처요령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국민의 안전에도 소홀하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미국에서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했던 지난 2005년 반려동물의 대피소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고, 재난 대응 계획은 오직 사람만을 대상으로 했다. 반려동물을 두고 대피하라는 구조대원들의 권유를 많은 주민이 꺼렸으며, 대피를 포기했던 몇몇은 사망에 이르기까지 했다. 실제로 2006년 Fritz Institute의 설문 조사 결과, 대피를 거부한 인구 중 44%가 그 이유로 ‘반려동물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라 답했다. 이는 곧 인간과 비인간 동물 모두가 한꺼번에 죽음의 위험에 방치됨을 의미했다.

인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가족’ 또는 ‘공동체’ 단위 재난 대응의 필요성을 인지한 후, 미국은 변화했다. 지역 사회에서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서다. 2006년, 미국 연방 정부는 PETS Act(반려동물 대피와 운송 기준법)를 통과하며, 연방 보조금을 받으려는 지방 정부로 하여금 반드시 재난 대응 계획에 동물을 포함하도록 했다. 덕분에 현재 30개 이상의 주 정부가 재난 발생 시 동물의 대피, 구조, 보호 및 회복을 제공하는 법이나 계획을 갖고 있으며, 반려, 농장, 봉사 동물을 가리지 않고 포괄한다. 반려동물의 출입이 가능한 대피소 역시 대폭 늘어났다. 동반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는, 동물보호 담당관을 포함한 현장 인력이 가까운 시 보호소나 따로 마련된 동물 전용 대피소로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안내, 인계하며, 철저히 기록하여 추후 반려인과 함께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1년 대지진을 겪은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성의 ‘반려동물 재해대책’을 통해 대피소 내 동물 동반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변할 때다.
동물 구조, 대피부터 피해 현황 파악까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동물을 대피케 해야,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의 안전도 기할 수 있다. 그들을 챙겨야,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죽도록 방치되는 비인간 동물의 고통을 더는 보지 않을 수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