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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고용축소'… 시장개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풍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07 17:39

수정 2019.04.07 17:39

카드수수료 인하에 업계 감원바람.. 움츠러드는 카드업계
서민 돕겠다면 시작한 정책..시장질서 비틀며 연쇄 부작용
전업 카드사 당기순이익 급감..올들어 영업점 20%·직원 4.6%↓..계약직 등 인력 감소폭은 더 커
돌고돌아 결국 소비자 피해
각종 카드혜택 줄어드는 추세에 제로페이 결제액은 0.001% 수준
수수료 인하 밴사로 불똥 튀며 영세가맹점 비용전가 가능성
정부 현실인정 궤도수정 필요성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정부를 내걸었지만 지난해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실업률은 2010년 이후 최고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현 정부의 정책들은 고용대란과 분배쇼크를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 가운데 이들 정책으로 인한 충격이 겹치면서 임시직 중심으로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졌다.

지난해 4·4분기에는 역대 최악의 소득 양극화가 빚어졌다.
무리한 정책 실험으로 서민들 삶만 더 팍팍해진 셈이다. 국민 80%가 소득주도성장 보완이나 중단을 요구하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고용축소'… 시장개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풍


■수익성 나빠진 기업들 감원 바람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막으려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년간 30% 가까이 올린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췄다. 서민층을 돕겠다며 통신료와 보험료에 손대고 대출 금리 상한선을 강제로 낮췄다. 정부가 시장 질서를 비틀면 반작용이 나타나 연쇄 부작용이 일어난다. 문제의 본질은 '정책 실패'인데 정부가 부작용을 감추려 시장 개입 강도를 더 높이는 바람에 악순환이 계속된다.

 대표적인 게 카드수수료 인하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카드수수료를 잇따라 내리자 카드사의 실적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2017년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000억원 규모였지만 작년 1조7000억원대로 줄었다. 카드업계에서는 올해 순이익이 1조2000억원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적이 좋지않으니 카드사들은 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7일 본지가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영업점포수는 261개로 전년 328개보다 20.4% 줄어든 67개였다. 임직원수도 4.6%(541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8000억원 규모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카드 모집인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은 1만2534명으로 2017년 말(1만6658명)보다 24.7% 줄었다. 지난해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정규직 임직원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의 정규직 직원수는 9943명으로 2017년 말(1만168명) 대비 2.2%(225명) 감소했다. 계약직을 포함하면 인력 감소폭은 더욱 크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정규직·비정규직 직원수는 1만1330명으로 전년(1만1871명)보다 4.6%(541명) 줄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산업이 규제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이직률이 높아지고 신입사원 경쟁률은 낮아졌다"며 "올해부터 수익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소비자도 피해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책으로 정부가 밀어붙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가 돌고 돌아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카드사들은 이미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같은 각종 카드 혜택을 줄이고 있다.

 정부는 카드수수료를 깎는 대책도 부족해 수수료가 제로(0)인 관제 카드까지 내놨다.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만들자 정부는 홍보 예산을 60억원이나 배정하며 보급을 도왔지만 정작 소비자 호응이 제로다.

 제로페이의 2월 결제액은 개인카드 결제액의 0.001% 수준에 그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카드(신용·체크) 승인금액은 51조3000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5.9% 늘었다. 개인카드 승인건수도 14억1000만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11.1% 증가했다. 반면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이었다.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액은 2억원에 그쳤다.

 국회 정무위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민간 영역에 개입해 제로페이를 하고 있는데 예산 낭비는 물론 사업자의 기회를 뺏는 사회주의 금융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밴사로 불똥, 인력 30% 줄어들 수도

 자영업자를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카드사에 이어 밴(VAN)사, 밴사 대리점으로 불똥이 튀었다.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사는 비용을 줄이려 결제대행업체인 밴사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수료가 인하되면 밴 결제망을 이용하는 밴 대리점·가맹점까지 여파가 번지게 된다.

최근 카드사는 밴사들과 중계수수료 인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포함된 밴사 중계수수료는 올해 중 인하될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비용을 줄이고자 밴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관행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 결제업무를 대행하면서 가맹점수수료의 약 8% 정도를 수수료로 챙겼다.가맹점수수료의 약 8% 정도를 수수료로 챙겼다.

 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 밴사 평균 수수료율이 현재 8.2%에서 7%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에는 평균 14%였던 수수료율이 7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밴사의 수익이 나빠지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영세 가맹점에 대한 비용 전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5000여개, 3만여명의 영업·관리 인력으로 구성된 밴 대리점 업계의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대리점 업계 수익 감소로 인해 업계에서는 최소 30%가량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결국 다른 곳에서는 일자리 뺏기 정책이 된 셈이다.

 
■소득주도성장 접고 기업에 활력을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정부다. 하지만 시장에 간섭하고 규제를 남발하며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어놨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오는데 정반대다. 그러니 고용상황은 참담한 수준이다. 누군가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비틀면 시장은 새 균형점을 찾기 위한 반작용을 한다.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의 대응은 '고용 축소'다. 고용 참사는 가격(임금) 급변동에 대응한 노동시장의 수급 조절의 결과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주 발표한 작년 고용 동향을 보면 전체 고용률은 60.7%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였던 것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반면 2013년 3.1%까지 떨어졌던 실업률은 2010년 이후 최고인 3.8%까지 높아졌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로,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로, 일할 의지와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지난해 고용률이 증가 추세에서 처음으로 꺾인 가운데, 저임금 산업 취업 비중도 커지는 등 일자리의 질마저 나빠졌다.

 인구 증가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이례적으로 낮았다. 2018년 인구 증가 대비 취업자 증가수는 생산가능인구 증가분 25만2000명의 38.5% 수준인 9만7000명에 그쳤다. 2010년 이후 최저 63.1%에서 최고 121.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다.

 지난주 문 대통령과 경제원로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 "기업 이윤을 노동자와 나눠먹으라는 것인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성장과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인권정책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정책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한다.
"방향은 맞지만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등 구체적 정책수단이 역효과를 내면서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따가운 현실 진단도 나왔다.

 이제는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원로들의 고언을 수용해 궤도 수정에 나서야 할 때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존의 일방통행식 정책들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가 회복되기 어렵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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