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대체복무 교도관, 군대 생활보다 '진땀'… "쉴틈이 없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31 17:07

수정 2019.03.31 17:07

본지 기자 안양교도소 일일근무 체험 (上)
오전 8시~오후 6시 주간 근무..수용동 내 미지정동 업무실 담당
심사·이감 기다리던 수용자들 물 먼저 먹으려다가 욕설·다툼
싸움 말리고 수용자에 존댓말 주의
오후 6시~오전 8시 야간 근무..몸 아픈 수용자 있는 치료동 담당
수북히 쌓인 약봉지 상자 들고 혼거실 돌며 개개인별로 약 챙겨
30분마다 자해 수용자 등 살펴야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도의 복무기간을 36개월로 하는 교도소 합숙 근무 안을 확정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교소도 내에서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수용시설의 현실태 및 애로사항 등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이를 2회에 걸쳐 기획보도 한다.

안양교도소 혼거실 안양교도소 제공
안양교도소 혼거실 안양교도소 제공

수용동 복도 안양교도소 제공
수용동 복도 안양교도소 제공


■삼엄한 경계속, 한기 감돌아

"교도관 업무가 아주 힘들고 절대 편하지 않아요"

3월 28일 오전 9시께 경기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 내 수용동 입구.

수용자가 생활하는 수용동으로 들어가자 삼단봉·수갑 등 장구류를 착용한 기동순찰팀(CRPT) 소속 건장한 교도관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 무리 지어 걸어가는 수용자들이 눈에 띄었다. 수용동 내부는 교도관들이 쓰는 화장실조차 상당히 낙후된 상태였으며, 복도에 한기까지 감돌아 긴장감을 더욱 부추겼다.

1963년 9월에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가장 오래된 교도소로 꼽히며, 교도소 전체 면적은 37만 631㎡(11만2116평)이다.

미결수를 포함한 수용자와 교도관 인원은 각각 1895명과 491명이다.
수용거실은 모두 404개로 독거실 168개, 혼거실이 236개다.

1996년 비자금 혐의를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2005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 등도 수감된 바 있다. 현재는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결수로 수용돼 있다.

■다투는 수용자, 진땀 빼는 교도관

오후 2시 3분께 수용동 내 미지정동 교도관 업무실. 미지정동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교도소 등급 분류심사를 기다리거나 심사를 받고 등급에 따라 다른 교도소 이감을 기다리는 수용자들이 있는 곳이다.

갑자기 비상벨이 울리자 한 교도관이 문제가 발생한 혼거실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같은 방 수용자들이 식후 커피 등을 먹으려고 여러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있는데 먼저 물을 먹으려하자 욕설이 오간 것이다.

교도관은 싸움을 말리고 문제를 일으킨 수용자들을 각각 업무실로 불러 존댓말로 주의를 줬다. 영화처럼 수용자들을 막 다루는 교도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문제를 일으키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일 이내 독방에 갇혀 TV 시청·접견·신문 열람·전화통화·서신 교환·자비 구매 사용 등이 제한될 수 있다.

이 교도관은 "억압하는 교도관의 모습은 20~3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요즘은 수용자들에게 반말조차 못한다"고 털어놨다. 수용동 주변 곳곳에는 수용자 인권이 침해되면 신고하라는 내용의 법무부 인권침해센터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주간 근무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용자 관리만 집중해야 했다. 교도관은 "요즘 군대는 일과시간만 끝나면 핸드폰 사용을 하며 편히 쉴 수 있는데, 우리는 식사 시간 30분을 제외하고 자유롭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수용자 관리 외에 하루 15~20건의 수용자 고충 및 건의사항을 업무실에서 듣고 해결해줘야 하는데, 감정노동이 따로 없었다.

■"자해하는 수용자에 예민해져"

수용자 간 맞지 않는 성격 등으로 독거실을 달라는 요청이 제일 많았으며, 연락 두절된 지인에게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매일 가득한 소송 서류와 영치금 신청 서류, 서신 등을 상부에 보고하는 것도 업무 강도를 높여갔다.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교도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야간 근무자와의 교대 시간이 오후 6시부터다. 이번에는 몸이 아픈 수용자들이 있는 치료동 사무실로 옮겼다.

교도관들은 4교대로 야간 근무를 서고 있으며, 동마다 교도관 한 사람이 다수의 수용자를 담당한다.

수북히 쌓인 약봉지 상자를 들고 혼거실을 돌며, 오후 9시 수용자들이 취침에 들기 전에 개별약을 챙겨줘야 하는 것도 교도관들의 몫이다.

약 30분에 한번씩 혼거실을 돌며 아프거나 자해하는 수용자가 없는 지도 살펴봐야 했다.


교도관은 "최근 안양교도소 내에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아 본인 손가락 하나를 씹어 삼키는 일이 있거나 복부의 봉합 실밥을 일부러 터트린 사건이 일어나 교도관들이 예민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교도관들은 다음날 오전 6시부터 수용자들의 아침식사 배급을 지도해야 했다.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아침식사를 하고 야간 근무를 마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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