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박원순표 '혁신창업 밸리' 서울의 경제지도 바꾼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31 16:25

수정 2019.03.31 20:05

김두일 정책사회 선임기자
실업난 해결사로 떠오른 창업지원기관에 가다
AI 전문가 모인 양재R&D 허브
네트워크 이상징후 탐지 특허 보유한 씨티아이랩 등 독보적 스타트업 입주
국내 최대규모 서울창업허브
서울시 전폭적 지원… 737곳 육성, 지속성장 하도록 단계별 맞춤지원
금융-ICT 융합 서울핀테크랩
금융전 산망 연결된 테스트룸 갖춰 실제 상황서 '비즈니스 모델' 개발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박원순표 '혁신창업 밸리' 서울의 경제지도 바꾼다
서울시가 서울창업허브, 양재R&D혁신허브 등 시내 전역에 40개 이상의 창업지원시설을 개관하고 유망 유니콘 후보들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서울창업허브에서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한 청년 CEO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창업허브, 양재R&D혁신허브 등 시내 전역에 40개 이상의 창업지원시설을 개관하고 유망 유니콘 후보들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서울창업허브에서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한 청년 CEO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형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첫번째)이 중국 선전의 창업보육기관인 '대공방'에 입주한 한 창업기업을 찾아 일자리 창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서울형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첫번째)이 중국 선전의 창업보육기관인 '대공방'에 입주한 한 창업기업을 찾아 일자리 창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실업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실업난은 청년계층은 물론이요, 모든 계층으로 퍼져 있다. 이처럼 깊어진 실업난의 답을 서울시는 창업에서 찾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창업지원시설을 열어놓고 산업분야별로 창업인큐베이팅은 물론 창업공간, 마케팅, 창업 운용자금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창업과 스타트업을 노동시장에 적극 권하면서 실업난을 타개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초지일관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가운데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나아가 경제살리기에 나선다는 대목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는 "혁신창업으로 서울의 경제지도를 바꾸겠다"고 전제한 뒤 "대한민국은 지난 20년간 10대 기업(순위)이 바뀌지 않았다. 같은 기간 미국은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10대 기업 중 절반이 새롭게 진입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중관춘 창업거리에서 중국의 경제지도를 바꾼 인터넷 포털 바이두나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회사인 텐센트와 같은 기업들이 배출됐음을 상기시켰다. 이 얘기들은 서울에서도 미국·중국과 같이 유니콘 기업 건설을 통해 경기를 진작하고,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에는 44개 창업지원시설이 있다. 박 시장은 이런 공간을 100곳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혁신기술과 시장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겠다는 박 시장의 신념이라고 서울시는 전했다. 본지는 이들 창업지원기관 가운데 몇 곳을 둘러봤다.

■양재R&D혁신허브-4차 산업혁명 이끄는 국내 최고 AI창업지원센터

양재R&D혁신허브에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30여개가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일 입주한 씨티아이랩(대표 조홍연)이 돋보인다.

이 업체는 IT망뿐 아니라 OT망(산업제어망)의 네트워크 이상 징후를 탐지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이로써 이 업체는 이 분야 세계 최초의 특허 기반 AI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지난해 상반기 3종의 AI엔진 개발을 완료했다. 업계 최초로 AI 기반의 차세대 보안관제 플랫폼을 신한은행과 한전KDN에 적용했다. 특히 글로벌 보안시장의 화두인 'Gray Area에 대한 탐지' 능력을 검증해 보이면서 기존 보안시스템이 탐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위협을 탐지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다른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과 글로벌 혁신 보안기술 발굴 공동연구 협약을 한 데 이어 사이버전쟁 기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미군 당국으로부터 사이버전 대응기술로 검토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는 등 글로벌 혁신기술로서 검증도 진행 중이다.

양재R&D혁신허브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인 AI분야의 인재와 기업, KAIST의 기술이 한곳에 모인 국내 최고 수준의 AI지원센터로 지난 2017년 12월 문을 열었다.

양재 일대는 삼성, 현대, LG, KT 등 다수의 대기업 연구소와 280여개 중소기업 부설연구소가 모여 있어 관련분야 개발에 최적지로 꼽힌다.

AI는 인간의 지각, 추론, 학습능력 등을 컴퓨터 기술로 구현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곳에는 현재 26개 기업이 입주, 관련 핵심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 등의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양재R&D혁신허브의 교육·기술 프로그램은 KAIST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관련 인적·기술적 자원이 총동원됐다. KAIST 교수진이 직접 참여해 강의와 기술을 연계시켜주고 있다. 입주기업뿐 아니라 관련 대학생, 전문연구소 직원 등 AI기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창업허브-서울혁신창업 거점, 인프라 컨트롤타워

여행업체 트립비토즈(대표 정지하)는 지난해 3월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했다. 2017년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80만개의 숙박시설을 확보하면서 여행플랫폼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외국계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들이 한국시장을 급속히 잠식한 가운데 최저가 자동차액보상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성장하고 있다. 또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혁신적 여행플랫폼을 오는 5월 새롭게 선보인다. 이렇게 미래를 선도할 여행플랫폼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15억원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먼저 서울창업허브는 서울시 창업지원정책의 핵심거점이자 서울시 전역의 창업인프라 컨트롤타워를 담당하고 있는 국내 최대 창업보육기관이다. 지난 2017년 개관 이후 맞춤형 보육프로그램을 통해 총 737개의 창업기업을 길러냈다.

이들 기업이 새롭게 창출한 고용인원은 모두 949명. 입주기업들은 총 42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총 288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특허·지식재산권 등록도 144건 이뤄졌다.

본관동은 1만7722㎡의 지하 1층~지상 10층으로 돼 있으며 별관동은 5657㎡ 등 연면적 2만3379㎡ 규모로 단일 창업보육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특히 서울 전역 44개 창업인프라의 컨트롤타워로서 서울시 창업정책과 정보를 종합하고 입주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또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창업기업의 샘플 제작이 가능한 제품화 지원센터, 핀테크 창업기업 전문보육 서울핀테크랩, 창업기업의 애로사항 해결과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서울기업지원센터가 창업지원의 종합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서울창업허브는 기업 성장단계별 지원시스템이 유명하다. 이 시스템은 지원 대상·범위·서비스 등 그 유형을 다양화해 지원하고 있다.

창업기업이 마주하게 되는 '죽음의 계곡' 탈출과 매출 증대 등 지속적 성장을 돕기 위해 전통적 창업교육, 서비스 제공과는 별도로 요식업 분야의 기회형 창업의 실험기회를 만들어주는 '키친인큐베이션', 창업기업의 제품 양산단계로 효과적 진입을 돕는 '제품화지원센터' 등 새로운 창업지원 기법도 개발해냈다.

■서울바이오허브-바이오 의료 창업지원의 핵심거점

서울바이오허브는 바이오·의료 창업지원의 핵심거점이다. 올해 연구실험동, 지역열린동의 순차적 개관을 앞두고 있다.

조인동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이곳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초기 바이오분야 창업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육성하는 곳"이라며 "바이오·의료 창업기업의 연구인력과 자본 등의 핵심역량이 집중되는 구심점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바이오허브가 위치한 홍릉 일대는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밀집해 국내에서 최대 관련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조만간 연구실험동과 지역열린동을 차례로 개관하며 공용연구장비실과 기업 사무공간이 대폭 확충된다. 공용연구 장비실·세포배양실·샘플제작실 등 바이오·의약 분야에 특화된 창업기업을 위한 최적의 연구공간과 기업 입주공간이 조성된다.

■서울핀테크랩-지자체 최초의 핀테크 창업지원, 여의도에 추가 개관

서울 핀테크랩은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핀테크(금융+ICT) 창업과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기관이다. 지난해 4월 개관했다. 서울 핀테크랩에 입주한 한국어음중개(대표 곽기웅)는 한국투자파트너스(대표 백여현)로부터 총 4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시리즈 A )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시리즈 A는 스타트업을 위한 벤처캐피털의 첫 투자단계로 창업 후 2~5년 차에 이뤄진다. 초기 시장검증을 마친 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하기 위해 이뤄지는 투자유치 기법이다.

서울핀테크랩은 예비창업가에게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사업모델 구현을, 초기 스타트업에는 비즈니스모델 사업화와 시장 출시를 지원하고, 성장기업에는 국내외 IR과 투자유치 분야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금융전산망과 연결된 '핀테크 테스트룸'을 갖춰 입주기업이 실제 금융환경과 똑같은 조건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실험할 수 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국내 유일의 농식품분야 창업보육 거점

전통 식재료인 팥을 이용해 먹거리 창업에 뛰어든 레드로즈빈의 한은경 대표(34). 한 대표는 서울시가 무상지원하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지난해 2월 입주, 팥콜릿과 당모팥차를 개발해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올리브영 등 국내 대형 유통채널을 통해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한 대표는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이 분야 문외한이었다. 그랬던 한 대표가 먹거리 창업을 하게 된 것은 습관성 당뇨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한 대표는 단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설탕 함유량의 14분의 1에 불과한 팥콜릿과 당모팥차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먹거리 창업센터에 입주하기 전인 2017년 한 해 매출은 7000만원에 불과했었다. 100% 국내산 팥을 사용하는 팥콜릿은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창업과 함께 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