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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서 연구하고 MB때 투자… 포항지진 정권책임론 무의미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6 17:48

수정 2019.03.26 17:48

여야 '네탓 공방' 확산 불구하고 ..참여정부 이미 지열발전 연구 시작
이명박 정부는 상용화 실패 책임.. 업계 "정치권 대책 주력해야" 일침
포항 지진이 인재(人災)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정권 책임론 공방이 정치권에서 가열되는 가운데 시발점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항 지열개발사업에 대한 연구가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시작됐고, 2006년 해당 연구 결과를 경북 포항 북구 일대로의 에너지 공급에 활용한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 논란 속에도 노무현정부에서 포항 지열개발이 착수됐다는 점에서 정권 책임론보다 정부의 축적된 관리부실 논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서 연구, 결과 활용키로

26일 파이낸셜뉴스가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의 2006년 '심부 지열에너지 개발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03년 시작됐다.

연구 4년차인 2006년 사업 수행 결과, 포항 일대 2㎞ 심도까지 굴착을 완료한 데 이어 열펌프를 이용한 2차 급탕 방식으로 열교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지열수 순환 활용시스템 개념이 정립됐다.

특히 연구원은 사업수행 결과를 포항 북구 일원의 지역난방을 비롯해 시설영농, 도로제설 등에 적용하도록 지열수 에너지 공급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해당 연구는 참여정부의 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한 국가지질조사 및 자원탐사사업 연구 결과의 일환이란 점에서 해당 사업 연구가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됐음을 방증한다. 2006년에만 29억6000만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됐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102억원 이상이 해당 연구에 소요됐다. 2003년 1월 포항 북구 일원에서 심부 지열수를 대량으로 개발해 인근 아파트 지역 집단난방과 시설영농으로의 연계활동 시범사업이 시작되자 연구원도 이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지역으로 2.38㎞까지 굴착이 완료돼 지열수 온도가 최소 85도정도 될 것으로 파악돼, 연간 약 10억원의 난방 및 급탕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개발공 시추를 담당한 업체의 기술적 문제가 지적돼 사업 진행이 2년 가까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사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포항 외 제주도, 강화군 석모도, 강원 및 경북 일대 동해안 지역에서도 심부 지열수 자원개발 사업을 검토하면서 사업범위를 넓히려 했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참고자료로도 활용됐다는 점에서 단순히 정권에서의 문제가 아닌 정부의 관리부실이란 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명박정부가 예산 185억원과 민간자본 206억원 등 390억원 이상 투입됐으나 기술 상용화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으나, 노무현정부에서도 해당 사업 연구개발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됐다.


일례로 민간업체인 넥스지오는 2017년 4월15일 포항지열발전소 물주입 당시 규모 3.1 이상의 진동을 인지해 에너지기술평가원에 보고했으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미소진동 관리신호등 체계'로 볼 때 규모 3.1은 경보단계로 판단, 에기평 신재생에너지실로 보고했으나 에기평은 물론 산업부는 "매뉴얼이 없다"는 이유로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항 지진 문제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즉각 대책을 내놓는 데 주력해야 할 일이지 책임소재를 놓고 다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에서 공방만 벌이다 보면 대책을 마련할 시기만 늦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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