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추가 제재 철회→연락사무소 복귀… 北美, 대화 태세 전환?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5 17:18

수정 2019.03.25 17:18

철수 사흘만에 돌아온 북한 "공동연락사무소 잘 해 나가야"
북미관계 냉온탕 오가는 사이 한국은 중재자서 주변인으로
대북특사 파견 등 역할 찾아야
김창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왼쪽)을 비롯한 직원들이 25일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 22일 일방적으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통지하고 인력을 모두 뺐지만 이날 오전 일부 인원의 복귀를 알렸다. 연합뉴스
김창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왼쪽)을 비롯한 직원들이 25일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출경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 22일 일방적으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통지하고 인력을 모두 뺐지만 이날 오전 일부 인원의 복귀를 알렸다. 연합뉴스

북·미 대화가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갈등 분위기를 조성했던 북·미 양측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이다.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이견이 컸던 북·미는 앞으로 이견을 좁히는 방향으로 물밑 대화를 시작, 갈등 해소 분위기가 조성될지 관심을 모은다.

■北, 사흘 만에 연락사무소 복귀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에게 "오전 8시10분쯤 북측 연락사무소 일부 인원들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출근해 근무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지난 22일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간단한 서류 등을 챙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이날 북측은 "오늘 평소대로 교대근무차 내려왔다"고 말했으며 철수 및 복귀 이유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 연락대표 협의 당시 북측은 "공동연락사무소가 북남공동선언의 지향에 맞게 사업을 잘해 나가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북측의 갑작스러운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는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 표시로 해석됐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완전한 비핵화가 없이는 제재 완화 혹은 해제가 없을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최 부상은 중재자 및 촉진자를 자처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당사자'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도 최근 들어 대북제재 틀 안에서 남북협력 방안을 찾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5일 '스스로 제 손목에 족쇄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북체제 틀 속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를 "자존심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경제발전이 시급한 북한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을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오늘 추가적으로 대규모 대북제재를 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나는 오늘 추가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북측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4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검은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을 공모한 혐의를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증거불충분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북한이 이런 정치적 흐름을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도 영향을 미쳤고, 북한도 한국에 대한 경고는 충분히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 한국과의 관계를 더 이상 안 좋게 끌고 갈 경우 한국 내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 필요성 커져

북·미 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곤란해졌다. 최근 미국과 북한의 행보에서 지난해 평화국면의 '일등공신'인 한국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밀당'을 주고받는 사이 북한은 남북 관계를 대미(對美)용 지렛대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나 만나는 등 남북 관계에 공을 들인 바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지 이제 한 달인데 한국이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한동안 '로키(Low key)'로 가는 것이 맞다고 보이고, 미국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북·미 관계를 앞서는 남북 관계'에 불편한 눈초리를 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중재자·촉진자'라기보다는 '주변인'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신 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비핵화 일괄타결이라는 목표지향성을 가지고 대북 물밑접촉에 나서야 한다"며 "하노이 담판 이후 북한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4월 27일 이후라면 대북특사 등을 파견할 타이밍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가 '밀당'을 하고 있지만 완전한 대화 무드로 들어서게 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남북경협 사업을 벌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대북특사 파견을 통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북·미가 서로를 몰아붙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낮춰 협상을 재개하는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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