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벽에 막힌 北, 국제사회 눈 돌리나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17:36

수정 2019.03.21 17:36

中·러 등 우호국 지지 확보 나서.. 자국 대사 소환, 새 전략 세울듯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 설득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들어 북·미 간은 험한 말만 주고받지 않았을 뿐 서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따라 북한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대화를 재개하려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시도를 차단했다고 한·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한 소식이 전해지는 등 북·미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일단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 주류인 만큼 북한은 긴장모드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우리 정부 등 국제사회를 고리로 북·미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지난 17일 조로 경제·문화협조에 관한 협정체결 70주년이 됐다"며 "현 시기 조로 친선협조 관계는 쌍방의 이익에 부합되고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는 북한을, '로'는 러시아를 의미한다.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새삼 강조한 것이다.

또 지난 11~15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총회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단장은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조는 정치의 희생물, 제재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국제회의에 참석, 환경분야에 대한 제재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북한은 최근 또 유엔,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에 있는 자국 대사를 갑작스럽게 본국으로 소환했다.
소환된 대사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지재룡 주중대사, 김형준 주러대사 등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 6자회담의 주요국 중 하나로 북한이 이들 대사를 통해 해당국의 사정을 듣고 미국과의 협상 관련 전략을 짠 뒤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워싱턴의 높은 벽을 실감했기 때문에 전통적인 우호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및 러시아를 통해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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