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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공룡 물리치는 수제맥주 전성시대... 특색있는 제품으로 유행 선도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1 14:23

수정 2019.03.21 14:47

21일 서울 양재동 aT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김성호 기자
21일 서울 양재동 aT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김성호 기자

한국 맥주산업이 위기라고들 한다. 수입맥주 유통 활성화와 회식문화 축소 등에 맞물려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주류 등 전통적인 맥주시장 공룡들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업체들은 동남아 시장 개척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업종 변신도 꾀한다.
맥주관련기기 등을 제조하던 하이트진로 계열사 서영이앤티가 총수 아들 일감몰아주기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이후, 아예 종합식품유통업체로 변신을 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맥주는 여전히 사랑받는 주종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이고 거리마다 개성을 드러내는 맥주집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수제맥주 증가와 다양한 수입맥주 유통, 혼술 문화 확장은 한국 맥주산업에 여전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2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KOREA INTERNATIONAL BEER EXPO 2019, 이하 KIBEX)’는 한국 맥주산업의 동향을 탐색하려는 업계 관계자 및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생산·유통·포장·디자인·마케팅 등 맥주산업 전반에 걸친 국내·외 업체 100여 곳이 참가해, 자사 제품과 기술력을 홍보했다.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 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도 찾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살폈다.

참가한 업체들은 특색 있는 제품 시음을 적극 권하며참가자의 발길을 잡았다. 감귤과 자몽, 포도 등을 활용한 페일에일과 청량함을 강조한 밀맥주, 진하고 달콤한 흑맥주,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I.P.A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참가자들과 만났다. 벨기에·체코·독일 등 맥주강국의 제조기법을 활용한 한국 중소업체들의 제품소개부터 외국 업체의 신제품발표회도 행사장 곳곳에서 이어졌다.

한 업체 제품을 시음하던 송진우씨(30)는 “평소 맥주에 관심도 있고 많은 업체들이 색다른 제품을 낸다고 해서 구경 차 참석하게 됐다”며 “이전엔 몰랐던 다양한 제품을 맛보고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양재동 aT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김성호 기자
21일 서울 양재동 aT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 산업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김성호 기자


소규모맥주제조자에 대한 규제 완화와 중소업체 유통 장려 등을 골자로 한 주세법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법이 시행되는 2020년부터 맥주시장 재편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능성 있는 제품을 통해 유행을 선도하려는 유통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도 그렇고 중소규모 마켓들에서도 맥주코너는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이 주류 트렌드에서 전문가 못지않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한 발 먼저 발굴해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수제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50평 규모 소규모 맥주제조장에서 16년 만에 한국 최대 수제맥주 제조업체로 성장한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 관계자는 “한국 증평공장과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한국 1100여 군데 업소에 맥주를 납품하고 있다”며 “업체나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됐지만 이번에 캔맥주 ‘퇴근길’이란 제품을 새로 출시해 홍보를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원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조유영씨(43·여)는 “다른 곳에선 구하기 어려운 특색 있는 맥주를 가져다 놓으면 SNS를 통해 가게가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력 있는 맥주를 보러 왔는데 몇 군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연락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조씨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모씨(43)는 “생각보다 가격대도 다양하고 도수가 낮은 과일맥주 같이 여성들이 좋아할 만 한 것도 여럿 있어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요즘엔 대기업 맥주보다 특색 있는 수제맥주를 찾는 게 세련된 느낌이 있지 않나”하고 웃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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