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IN]노인 車에는 '실버마크'… 핸들 겁나면 '운전졸업' 어떨까요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0 16:32

수정 2019.03.20 16:32

100세 시대의 그늘… 늘어나는 고령 운전자
면허소지자 9.4%가 65세 이상 ..사망사고 유발 비율은 22% 달해
경찰청, 면허 반납땐 교통비 지원..연내 중장기 대책도 내놓기로
사고 노출된 보행자 안전도 강화..야광 지팡이·스티커 보급하기로
#.팔순의 배우 양택조씨는 최근 운전을 졸업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운전을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참에 최근 심근경색을 겪으면서 운전대를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나이가 먹으면 스스로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는 게 국가적인 손해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가끔 택시를 타더라도 개인에게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돼 나이드신 분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도로교통공단의 고령자 교통안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경찰IN]노인 車에는 '실버마크'… 핸들 겁나면 '운전졸업' 어떨까요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에 진입한지도 2년이 됐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14.2%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 말에는 14.8%로 증가했다.
오는 2026년에는 20%를 웃돌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경찰도 어르신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 안전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찰청은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해 조건부 면허제도 등 법령 및 제도 개선을 포함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운전면허 반납, 교통카드 지급

20일 경찰에 따르면 65세 이상 전국의 고령 면허소지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300만8920명으로 전체 면허소지자 중 9.4%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고령 면허소지자 비율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령 운전자가 야기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비율은 22.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지원하기 위해 면허를 갱신할 때 '인지능력 자가진단'교육을 실시해 기준에 미달한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을 중단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찰청 교통국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3200일간 서울시내 경찰서와 운전면허시험장에 운전면허 자진반납 신고한 고령운전자 중 1000명에게 10만원짜리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도로교통공단과 공동으로 고령운전자 차량에 실버 마크를 부착해 다른 운전자의 배려운전을 유도하는 캠페인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고다발지역 관리를 강화하고 신호체계 및 제도 개선을 통해 보행권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의 비율이 인구비율의 3배가 넘고, 특히 전체 보행 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이 56.5%로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고령 보행자의 안전에 만반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보행 안전강화, 법개정 추진

경찰은 우선적으로 전국에서 보행사고가 잦은 1860곳에 대해 현장점검을 하고 횡단보도 확충 및 무단횡단 방지펜스 등을 구축하는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해가 짧아지는 겨울철에는 가로등의 점등 시간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또 신체능력이 저하되는 고령 보행자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횡단보도의 보행시간을 연장하고 보호구역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부여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 노인시설을 직접 방문해 고령자 맞춤형 교통안전수칙 교육을 진행하고 도심지역 폐지수집 등 취약계층 및 농촌지역 고령자를 대상으로 야광 지팡이와 신발스티커 등 안전용품을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보다 20여년 빨리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고령자 강습을 의무화했다"며 "이 결과 고령 교통사고 사망자가 10년새 10% 가까이 하락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령 운전자와 보행자에 대한 안전 교육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에 앞장서겠다"라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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