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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에 가려진 홍남기 부총리, 목소리 안 들린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7:41

수정 2019.03.18 17:41

취임 100일 현장 소통행보 불구 카드공제 등 당청 앞장서 주도
기재부는 "실질적 원톱" 반박
홍남기 부총리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연합뉴스

오늘(19일)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매주 한 번씩은 경제 현장을 적극 찾는 '소통 행보'를 이어오며 혁신성장 등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무게추를 옮겼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감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최근 몇 달 새 당·청의 목소리에 눌려 신용카드 소득공제, 증권거래세 등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는 등 컨트롤타워로서 장악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분위기는 긍정, 성과 '물음표'

18일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13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서진캠을 시작으로 총 12차례 현장방문 및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소통라운드테이블을 이어왔다. 홍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 간 정책 조율을 위해 신설한 경제활력대책회의도 10회째 개최되고 있다.
또 '제2 벤처붐 확산' '데이터·AI 및 수소경제 활성화' '공유경제 활성화' 등 기존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본격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체감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카풀 등 공유경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 택시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실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시절 기재부 혁신성장본부의 민간공동본부장에 임명된 후 지난해 12월 사임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잘 모르겠다"며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수출·투자·고용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지난 1~10일 잠정 집계된 수출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19.1% 감소했다. 반도체도 29.7% 급감하며 수출 둔화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 컨트롤타워 역할 실종

이와 함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당청의 압박에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정청은 지난 13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처음으로 언급한 지 9일 만에 부총리의 말이 뒤집힌 셈이다. 사실상의 증세라며 반대 여론이 들끓자 여당이 목소리를 내며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기재부는 당초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해온 증권거래세 조정도 여당의 공세에 인하로 무게추를 옮겼다.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낮고, 서민부담이 커진다는 판단하에 인상에 소극적 움직임을 보여온 경유세는 청와대의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 주문에 인상을 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김 전 부총리의 갈등 이후 청와대가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원톱'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면서 "다만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시행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이 같은 승부사적 기질이 없다는 점에서 무난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는 이 같은 지적에 반박하고 나섰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경제현안조율회의, 녹실간담회 등을 통해 당정청이 정책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부총리가 '원톱'으로서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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