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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3%룰' 규제에 대기업도 감사 선임 불발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8 14:59

수정 2019.03.18 16:47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3%룰'로 인해 대기업들이 경영권 행사에 비상이 걸렸다.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중소형 상장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감사 선임 부결 사태가 대기업까지 번지면서 '주총 대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18일 경영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총시즌을 맞아 현재까지 주총에서 3%룰에 걸려 감사위원 선임이 불발된 상장사는 GS리테일, 진양산업, 디에이치피코리아, 연이정보통신과 씨유메디칼 등 5곳에 달한다.

진양산업은 지난 14일 주총을 열었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안건 상정이 무산됐다. 감사위원 선임에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에 발목이 잡혔다. 진양산업은 대주주인 진양홀딩스 지분이 50.96%에 달하지만 의결권은 3%밖에 행사할 수 없다.
감사 선임을 위해선 의결권 있는 주식의 4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5일 주총을 연 코스닥 상장사 디에치피코리아, 연이정보통신, 씨유메디칼도 주총에서 같은 이유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연이정보통신 측은 "주총 분산 프로그램 참여, 전자투표 도입,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대기업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만 역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GS리테일은 지주사 GS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5.77%에 달한다. 하지만 '3%룰'에 따라 그 의결권이 3%로 제한된 반면 국민연금 등 일반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적정 득표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선임 불발 사태는 2017년 말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된 후 계속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작년 주총에서 의결권 부족으로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는 총 76곳이다. 올해는 154곳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주총 대란이 발생하는 건 정부가 대주주를 견제하는 규제는 유지하면서도 상장사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없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총 참석자가 없어도 상장사들은 섀도보팅 제도가 있어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 반대 비율대로 대신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3%룰은 1962년 제정 상법에서부터 있던 제도로, 규정 취지는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래서 3%룰을 두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은 주총에 의결정족수 규제를 둔 곳은 많지 않다. 미국과 스위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의결정족수 자체가 없다. 주주 단 한 명만 참석해도 다수결로 결정된다. 영국은 2명 이상이다. 일본에선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다.

상장사들은 3%룰 완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3%룰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3%룰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3%룰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라며 "주주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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