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사회적 대화, 다음 세대의 먹고사는 문제 달려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4 17:58 수정 : 2019.03.14 18:30

'경사노위' 한 축으로 사회적 합의 이끌어낸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덴마크식 노동모델은 시기상조
사회안전망 구축 안된 상태에서 노동 유연성 거론은 맞지않아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최종 의결은 무산됐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전되려면 사회적 대화 속에서 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대화 필요성과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노동계 파업을 상징하는 붉은 머리띠가 TV 화면을 채우지 않는 시대이지만 한국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뉴스의 중심에 서있다.

최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후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불참으로 경사노위 본위원회 의결은 무산됐지만 대화를 매개로 노동 관련 사회적 갈등 해결책을 마련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김 위원장은 "야합했다고 하던데 맞나요"라며 되레 물었다.

적극적 노사정 대화 참여와 관련, 노동계 일부가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진한 마음고생이 질문에 묻어났다. 김 위원장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고 하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싼 해외로 나가고, 현장에서 바라본 경제는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좀 더 진전되려면 사회적 대화 속에서 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는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무용론 또는 경사노위 해체론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거론된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덴마크 모델'의 한국 적용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유연성을 거론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도 노동계의 이익 대변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26대, 2017년 1월~현재)

대담=김규성 경제부장

―한국노총이 최근 노동계 대표로서 참여한 탄력근로제 확대 관련 사회적 합의가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계층별 대표가 본위원회에 불참하면서 최종 의결에는 실패했다. 사회적 대표로 참여한 이들 대표가 사회적 대화라는 틀이 서툴렀고,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합의한 탄력근로제에 대해 건강권을 해치고 임금손실을 가져온다는 과도한 프레임을 짜서 압박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의결 무산보다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현재 시행하는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는 연속 휴식, 임금 보전 관련 내용이 전혀 없는데 그에 대한 비판은 없다. 법률 전문가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주당 80시간 일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고 가짜뉴스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합의안에는 연속 휴식권 보장 등이 들어가 있지만 가짜 뉴스에 밀려나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달리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유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대통령에게 개선하겠다고, 법 개정을 하겠다고 제안한 사안이다. 즉 노사합의의 과정 없이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사노위 출범 이전 양대노총이 참여하고 있던 노사정대화기구 운영위원회에서 노사 모두 국회로 넘어가기 전 사회적 대화 의제로 채택하는 것을 동의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만약 국회로 그냥 넘어갔을 경우, 노동계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악을 택한 것이다. 실제 과거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그냥 통과되면서 부작용을 낳았다.

―탄력근로제 확대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되면서 사회적 대화 무용론과 해체론까지 거론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 변형적인 근로모델이 나온 것에 대해 노동계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를 불공정거래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대화는 서로 한 발 양보해서 합의안을 도출하고 그렇게 나가면서 산적한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걸음마 단계인 사회적 대화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계도 한 발 양보해야 하지만 경영계는 더 큰 양보를 해야 하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덴마크 '유연안전성'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의 의견은.

▲최근 국회에서 거론된 '덴마크식 노동의 안전성과 유연성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원내대표연설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고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유연성을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덴마크식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업급여를 늘리거나 실직기간 재교육을 받을 때 200만원의 소득은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민과 관이 합심해서 일자리를 나누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정책 방향성도 제시됐다. 한국노총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2의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산업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적용해야 한다. 기존 업종은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노사민정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 현재 첨단산업들이 스타트업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노사민정이 충분히 협의해 적합업종을 찾아내고, 그런 기업들을 지원하는 지역형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모델이 확산돼야 임금 문제로 해외로 이주한 기업이 한국으로 되돌아오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은.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미조직 노동자 보호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될 때 통상임금 산입 범위도 함께 넓히는 부분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조직화되지 못한 노동자가 보호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다.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라는 한국노총의 슬로건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노동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경제규모가 커지고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사회 갈등을 좁혀가는 게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현재 내가 정규직으로 한국노총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다음 세대, 내 아들딸들이 모두 정규직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누구나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일터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사회적 격차가 커지고 있지만 노동계가 제대로 자리 잡아 인생역전을 만들어 내는 기반이 되도록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

정리=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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