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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감정싸움, 두 나라 경제엔 백해무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4 17:12

수정 2019.03.14 17:12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후속조치를 놓고 한·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 자산압류 절차를 밟으려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연일 보복조치를 거론하면서다. 12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관세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 정지, 비자발급 정지라든지 여러 보복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13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며 기조를 이어갔다. 만일 일본 측이 이 중 일부라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 측의 맞대응도 불가피할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진다면 양국 모두 타격을 입게 될 게 뻔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측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더군다나 아소 부총리는 조선인 강제징용을 자행한 '아소 탄광'의 후예다. 적반하장이란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하지만 일본은 14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에서도 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됐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일 협정에 규정된 중재절차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침을 계속 흘리면서다. 그렇게 해서 피차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외교적 다툼이 장기화한다면 양국 간 경제협력 분위기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이 검토 중인 보복수단 중 상당부분이 어찌 보면 '자해 카드'다. 예컨대 자국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청년층을 겨냥해 비자발급을 제한하면 일본도 관광수지에서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2017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714만명)이 한국행 일본인(231만명)의 3배가 넘는 상황이어서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 금지도 부메랑인 건 마찬가지다. 반도체장비 수출도 같이 포기해야 해서다.

문제는 상호 보복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양 국민의 감정이 악화돼 불매운동 등으로 번질 개연성이다.
혹여 일본 정부가 집권 기반을 다지려고 대한 강경책을 구사한다고 해서 우리가 말려드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긴 호흡으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되 감정적 대치로 경제교류가 위축되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한·일 관계의 전략적 상황관리가 긴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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