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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사회 재난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4 17:12

수정 2019.03.14 17:12

'인공재난'(Man-made Disaster·1978)의 저자 배리 터너는 재난학의 선구적 이론가다. 그는 '재난이란 사전경고를 무시하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 위험요소들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집중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위험이 외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재난(disaster)의 어원은 별의 불길한 모습을 상징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별을 뜻하는 'aster' 앞에 불일치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 'dis'가 결합돼 만들어진 말이다.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재난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인식됐다.
즉 태풍·폭설·집중호우 등의 기상재해나 지진, 화산폭발 등을 재난으로 불렀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새로운 유형의 재난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붕괴, 위험물 폭발, 방사능 누출 등의 대형사고와 교통·통신·의료·금융 등의 국가기반체계 마비, 대기오염이나 전염병 확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난이 출현했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근본 원인을 추적해보면 결국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를 사회재난이라고 한다. 자연재난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는 있어도 현재의 기술로는 발생 자체를 막지 못한다. 그러나 사회재난은 대비를 잘하면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숨 쉬기조차 힘들었던 미세먼지 오염이 가까스로 진정됐다. 파란 하늘이 반갑지만 미세먼지 공포는 여전하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미세먼지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피해계층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7건의 미세먼지 관련법안도 함께 처리됐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가 법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회재난은 일찍이 터너가 말한 인공재난과 같은 말이다. 사람에서 비롯된 재난은 사람의 노력으로 풀 수 있다.
미세먼지 해법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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