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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차세안' 리스크, 쓸데없는 걱정이길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3 17:29

수정 2019.03.13 17:29

[fn논단]'차세안' 리스크, 쓸데없는 걱정이길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이야기가 어제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물론 당장 중국이 어떻게 된다고 주장하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괜찮은 것일까.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중국 경제에 대한 디스, 즉 중국 경제를 폄하하는 뉴스들을 접하면서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곤 한다. 일단 우리의 대중국 수출 자체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감소 폭도 시간이 갈수록 커져 올 2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20억달러나 감소했다.

그런데 2월 중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수출 통계가 시선을 잡는다.
바로 아세안, 즉 동남아시아의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경제블록으로의 우리 수출이 갑자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근 아세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중국시장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세안의 성장동력은 글로벌 전자산업 생산기지화,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그리고 중국 중심의 아시아 분업구조 편입이다. 이 중에서 중국과의 교역 및 투자 확대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성을 키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아세안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역내교역을 제외할 경우 2007년 12.1%에서 2017년 18.4%로 크게 높아졌다.

차이나 리스크의 위험성, 즉 우리의 중국 수출의존도가 2018년 기준 26.8%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한국 경제도 시차 없이 같이 추락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아세안을 우회하는 경로를 간과하고 있다. 우리의 아세안에 대한 수출 비중은 16.6%로 중국에 이어 2위로, 아세안은 우리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의 중국과 아세안의 수출의존도는 약 43.4%를 차지한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의 아세안 지역 수출이 급감한 것에서 중국의 경기하강 압력이 아세안으로 번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몇 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에 중국 시장의 대체시장으로 아세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 즉 차이나 리스크가 차세안(China+ASEAN) 리스크로 현실화하는 경우라면 과연 지금도 유행이 되고 있는 '너도나도 아세안'의 결과가 무엇일지 아찔해 보인다. 오래전에도 아세안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국가경제의 세계화와 기업의 글로벌 경영이라는 대의의 상징으로 아세안 시장이 각광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가 바로 1990년대 외환위기 발발 전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중국 시장의 대안은 아세안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아세안에 문제가 있어도 사실상 또 다른 대안은 없다.

그러나 한번쯤은 20년 전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시작됐던 이 지역에, 우리가 모르는 마그마굄(화산으로 분출하기 직전 응축된 마그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봐야 한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래서 준비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2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면 알 수 있다.
아직은 말 그대로 차세안 리스크는 리스크일 뿐이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래 이코노미스트는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직종이다.
차세안 리스크도 쓸데없는 걱정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애써 머릿속에서 지워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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