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립유치원 사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1 16:36

수정 2019.03.11 16:36

[기자수첩] 사립유치원 사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달 28일부터 3월 4일까지는 숨가쁘게 흘러갔던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가 일단락됐다. 학부모 등의 성난 여론과 정부의 강경한 대응으로 사실상 집단휴업이었던 개학연기는 철회됐고, 이를 주도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설립허가 취소와 공정위 조사 등 후속조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사립유치원의 공공성·투명성 확대를 위해서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가 여전히 절실해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매번 한유총에 끌려다니는 데 급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한유총은 지난 2016년 사립유치원 교육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집단휴업을 예고했고, 2017년에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두 차례 휴업을 예고했다가 폐기했다. 이때마다 정부는 한유총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의 75%가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한유총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학연기 사태에서는 양상이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교육부는 200인 이상 대형 유치원의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한유총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었다.

결국 한유총이 지난 4일 개학연기 투쟁을 강행했지만 오히려 이는 역효과로 이어졌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볼모로 하는 투쟁에 거부감을 나타냈고, 교육부는 강경대응과 더불어 혹시나 모를 보육대란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했다. 이 같은 노력이 한유총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당국의 승리가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사립유치원 공공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공이 이제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3월 임시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돼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유치원 3법을 반대해온 일부 야당 국회의원의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공공성 확대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행동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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