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해마다 반복되는 주총대란…구닥다리 의결정족수 제도 손봐야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1 15:41

수정 2019.03.11 15:53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됐다. 최근들어서는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슈퍼 주총데이'는 약간은 완화됐지만 기업들의 의결권 확보는 여전히 비상이다. 특히 올해는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며 여지없이 '주총대란'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증권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주총 날짜가 확정된 1619개 상장사 중 313개사가 오는 22일, 307개사가 29일, 239개사가 27일 각각 주총을 연다. 이 사흘동안 절반(53.1%)이 넘는 상장사의 주총이 몰렸다. 밀어내기식(3월 마지막주에 집중) 주총은 매년 완화되고 있다.
2017년 70.6%에서 2018년 60.3%로 낮아진 뒤 올해는 5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7년 말 섀도보팅제 폐지로 인한 기업들의 의결 정족수 확보는 여전히 초비상이다. 섀도보팅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불참한 주주의 의결권을 참석주주의 비율대로 행사하는 제도다. 작년 주총 시즌에는 56개 상장사가 의결 정족수를 못채워 감사를 선임하지 못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928개 상장사의 지분 구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4개(8.2%)사가 정족수 미달로 감사·감사위원 선임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또 이사 선임, 재무제표 승인 등 다른 보통결의 안건의 경우 408개사(21.2%)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에 미달해 부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장사들이 이렇게 해마다 주총대란을 겪는 이유는 1962년 제정된 낡은 상법이 현실에 맞지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도 주주도 모두 불편한 주총제도의 폐해를 하루 빨리 시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르는 홍역은 만만치 않다. 주총에서 승인받을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다. 주총장에 오는 주주수가 부족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어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은 56곳(코스닥 51곳, 코스피 5곳)인데 올해는 154곳이, 2020년에는 238곳이 이런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를 선임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2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들은 참석하지 않고 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섀도보팅제 폐지 영향도 크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주총 의결권 조항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기업들이 자율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도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주총결의를 위한 과도한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주총을 개최할 때마다 홍역을 치르고 경영에도 제약을 받는 만큼 불합리한 제도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