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미세먼지 바람길부터 터주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10 16:21 수정 : 2019.03.10 16:21


올해 유난히도 미세먼지가 온 국민을 괴롭혔다. 과거에는 어쩌다 오는 '불청객'이었지만 요즘은 아예 일상이 돼버렸다. 중요한 건 일상생활이나 인체에 치명적 악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일상화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인데 정책 이해당사자 간 '네탓 공방'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농도나 분포 범위가 넓다보니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할 미세먼지가 눈에 보이는 '역설적' 상황까지 만들었다.
미세먼지 대란은 급기야 우리 일상생활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쓰기는 기본이고, '미세먼지 추가경정예산'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연초부터 계속된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는 2015년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서울은 올해 1월 14일 하루 평균 농도가 129㎍/㎥를 기록해 최고치(기존 99㎍/㎥)를 갈아치우더니 지난 5일 135㎍/㎥로 기록을 경신했다. 통상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되니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니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나 지자체, 정치권도 뒤늦게나마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동참했다.

지난 7일 모처럼 서울에 파란 하늘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미세먼지 공포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오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기저효과'가 주는 착시였다. 한 고위 공무원은 "이날 미세먼지가 좀 걷혔지만 프랑스 파리 같으면 '난리나는 날씨'"라고 할 정도다. 정부는 우선 미세먼지의 장기 대기체류에 대한 원인 분석에 나서야 한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맞춤형 '처방전'이 나온다. 현재로선 기후변화, 석탄화력, 중국 스모그 국내유입, 노후경유차 운행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전 세계적 공조가 절실하다.

흔히 집안에서 사용하는 진공청소기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이젠 우리의 일상과 뗄 수 없는 '공공의 적'이다.

다양한 비상저감조치도 좋지만 우선 '바람길'을 터주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도심의 경우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빌딩과 지그재그로 들어선 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바람길'을 막아버렸다.

여름철 도심을 뜨겁게 달구는 '열섬현상'(도심 온도가 대기오염이나 인공열 등의 영향으로 주변지역보다 5~10도 높게 나타나는 현상)처럼 두꺼운 미세먼지층이 도심 대기 중에 장기간 정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바람길을 터줘야 한다.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혈맥이 막히는 동맥경화 현상이 없도록, 촘촘히 들어선 도심 건물속에 '바람길'을 내줘야 한다.

무엇보다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원인 제거가 급선무이지만 대기 속에 정체된 미세먼지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바람길을 터주는 방안을 정부의 국토개발 정책이나 도시재생사업, 국토디자인, 재건축, 재개발 등에 반영하면 어떨까 싶다. 가뭄에 비가 오기만 기다리는 '기우제'(祈雨祭), 미세먼지에 바람이 불기만 기다리는 '기풍제'(祈風祭)보다 바람길을 터주는 일부터 시작하자.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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