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톡]

中 무역전쟁과 미세먼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8 18:06 수정 : 2019.03.08 18:06

맑은 하늘을 누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과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천명한 생태문명 건설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문제는 중국 내 최고 권력인 시 주석의 자존심과 같다.

값싼 노동력으로 화석연료를 태워가며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산업을 표방할 당시 대기오염을 안고 사는 걸 감수했던 게 과거의 중국이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주요 과제가 됐다. 맑은 하늘을 인민들이 누리는 것 역시 체제안정에 중요한 요건이 됐다. 대기오염을 줄이는 건 중국 입장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계획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행보를 갈지자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환경 저해 산업규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해 말 완화된 바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스모그가 극성을 부리면서 또다시 환경규제에 고삐를 죄는 등 규제 기조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 인근에 위치한 환경 유해기업으로 낙인 찍힌 공장들이 폐쇄되거나 타 지역으로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대기오염을 낳는 업종들을 정리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관세부과 조치로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강도 높은 환경규제 정책도 느슨해지는 기미를 보였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대기오염 규제정책을 풀어준 것이다. 기업을 겨냥한 환경규제는 막대한 비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생태환경부가 공장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단시키는 환경규제 행위를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아울러 환경 담당 공무원들이 해당 지역에서 펼치는 오염단속 정책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는 식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낮추고 이에 미달하는 기업도 사정을 고려해주는 한편 대규오염규제 강화 기준을 못 맞춘 공무원도 문책을 눈감아주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다.

이런 환경규제 완화 태도는 올 들어 다시 깐깐해지기 시작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이번 겨울에 정부가 설정한 대기 질 기준을 지키지 못한 도시의 경우 연내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를 최소 2% 줄여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발 더 나아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정부를 처벌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방향의 전환은 올 들어 심각한 대기오염이 또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해서다. 지난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하강하면서 단속을 늦췄던 게 오염물질 배출을 늘려 대기오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책의 기조가 바뀐 만큼 기업들은 또다시 규제 기준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만 이번에 엄격해진 중국의 환경규제가 과연 연말까지 유지될지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이 봉합되지 않고 장기전으로 갈 경우 중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떨어질 게 자명하다.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될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말께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향방이 중국의 고질적 환경문제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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