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서 타격 인스트럭터로 재능 기부
"선수들, 학교보다 아카데미 선호 답답"
"선수들, 학교보다 아카데미 선호 답답"
삼성은 1987시즌 전·후기 1위를 차지했다. 해태(현 KIA)는 전기 3위, 후기 2위에 그쳤다. 해태는 플레이오프서 OB(현 두산)을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과 해태의 대결은 곧 김시진(당시 삼성)과 선동열(당시 해태)의 신·구 에이스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결과는 해태의 4전 전승. MVP는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에 홈런 2방을 때린 김준환에게 돌아갔다. 홈런 두 방은 모두 극적인 상황서 터져 나왔다. 2-2 동점이던 3차전 4회 말에 나온 역전 결승 홈런, 0-1로 뒤진 4차전 2회 말 역전 결승 투런.
오랜 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1987 한국시리즈 MVP 김준환(64) 전 쌍방울 감독. 7일 ‘2019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 (파이낸셜뉴스, 부산파이낸셜뉴스 공동 주최)이 벌어지고 있는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서 김준환 전 감독과 얘기를 나누었다.
김봉연, 김성한 등과 함께 ‘KKK타선’으로 불리며 해태왕조의 개국공신으로 활약했던 김 전 감독은 2017년 원광대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 은퇴한 후 고향인 전주의 유일한 고교야구팀 전주고 타격 인스트럭터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고향에서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부터 전주고에서 요청이 와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프로, 대학(원광대) 선수들을 지도하다 고교 선수들을 맡아 보니 어떤가요?
▲야구는 다 똑같죠. 한 가지 문제는 요즘 야구 아카데미가 많이 생겨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선수들이 아카데미 지도 방식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부작용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작용인가요?
▲예를 들면 선수 한 명이 부상을 이유로 얼마간 휴식을 요구한 적 있습니다. 알고 보니 한 동안 서울에 가서 몰래 아카데미를 다닌 거죠. 두어 달 후 돌아왔는데 타격 폼이 확 바뀌어 당황했습니다. 선수를 가장 잘 아는 쪽은 학교의 지도자인데 오히려 아카데미를 선호합니다. 답답한 노릇입니다. 아마도 전국의 고교야구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겁니다.
-앞으로 감독님 계획은요?
▲전주는 야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습니다. 고교와 중학(전라), 초등학교(진북)가 각각 한 팀 뿐입니다. 좋은 선수들이 나오기 힘든 구조입니다. 유소년 팀을 만들어 고향 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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