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민 목소리에 귀막은 대가… 한유총 결국 '해산 위기'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5 18:17

수정 2019.03.05 18:17

서울교육청, 법인 취소예고 통지.. 조희연 교육감 "분명한 공익훼손"
한유총 청문 거쳐 최종결정키로.. 법인 남아도 영향력 축소 불가피
'온건파' 전사연·한사협 급부상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설립 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설립 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한 설립취소 절차에 돌입한다. 한유총이 유치원 개학연기를 하루만에 취소하기는 했지만, 한유총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유총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온건파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과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이 정부의 협상파트너로서 영향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한유총 법인취소...공익 훼손 때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단법인 설립 취소 방침을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사단법인이 목적 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38조를 한유총에 적용하겠다"면서 "취소 절차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경한 한유총 지도부 일부가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진적인 길로 다수 유치원을 끌고 가고자 했다고 본다"면서 "이번 설립허가 취소로 사립유치원들이 국민이 원하는 미래지향적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구체적인 설립허가 취소 추진 근거도 밝혔다. 우선 당국의 철회요청에도 불구하고 전날 개학연기를 강행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유아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공익을 현격히 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한유총이 그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휴·폐원 추진을 반복한 것과 집단으로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사용 거부한 것, 회원끼리 담합해 공시를 부실하게 한 것도 공익을 해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한유총 영향력↓...온건파 영향력↑

교육청은 작년 12월 실태조사에서 한유총이 특별회비를 모금하고 이를 가지고 대규모 집회 등 '사적이익을 위해 학부모를 동원하고 공공에 피해를 주는 사업'을 매년 벌인 것은 '정관상 목적 외 사업'을 벌인 것으로 해석했다. 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예고통지를 보낼 예정이다. 이후 한유총 의견을 듣는 청문을 진행한 뒤 설립허가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한유총 관계자는 "향후 진행되는 청문 절차에서 최대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사립유치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온 한유총의 법인설립이 취소되지 않더라도 향후 영향력의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신 상대적으로 온건파인 전사연과 한사협이 정부의 협상파트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사연은 지난 2010년 당국이 발표한 유아교육선진화방안에서 사립유치원 평가 수용 여부를 두고 한유총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만들어졌다. 한사협은 지난해 12월 한유총에서 갈라져 나온 700여 명의 회원으로 이뤄진 단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화 추진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유총이 줄곧 에듀파인을 반대해온 것과 달리 전사연과 한사협은 에듀파인 도입이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로 인해 교육부도 그동안 한유총 대신 전사연과 한사협와 지속적인 대화를 추진해왔다. 정부가 발표한 에듀파인 도입현황을 분석해보면 한유총의 개학연기 취소 직후인 지난 4일 오후 6시 316곳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10시에는 338곳으로 22곳이 더 늘어났다.
한유총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만큼 수용하려는 유치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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