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갤럭시 S10이 암호화폐를 품은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5 17:22 수정 : 2019.03.05 17:22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 '키스토어'를 넣었다.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암호(프라이빗 키)가 꼭 필요한데, 이 암호를 안전하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지갑을 갤럭시 S10에 장착한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의 삼성페이라고 보면 된다.

왜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넣었을까. 그것도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라는 글자만 봐도 손사래를 치고, 암호화폐는 위험하니 아는 체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말이다. 기업들에는 위험하니 암호화폐로 사업할 생각도 하지 말라며 눈을 치켜뜨는데 말이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가 올해 가장 공들인 상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오죽이나 꼼꼼히 따졌겠는가. 손바닥만 한 크기에 100가지 넘는 기능을 욱여넣어야 하는 스마트폰이니 기능 하나하나를 선택하는 데는 또 얼마나 계산기를 두드렸겠나. 결국 암호화폐 지갑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기능이라고 계산이 선 것 아니겠는가.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같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회사들이 속속 블록체인·암호화폐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블록체인에 접목한 게임을 줄줄이 발표하고 있다. 이달 중에는 유명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몬이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실 준비는 2년 전부터 하면서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기를 기다렸는데, 정부의 침묵이 생각보다 길어지니 할 수 없이 사업을 공개하면서 시장을 만들어겠다고 나섰다.

장사꾼이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장사가 되기 때문 아니겠는가. 소비자가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잠재력 있는 기술에 머물던 블록체인이 스마트폰과 전자상거래, 통신서비스와 함께 소비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산업으로 꽃을 피우는 단계까지 온 것 아닌가 싶다.

그런데 유독 우리 정부만 모른 체한다. 여전히 투명인간 취급이다. 모른 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고 내놓고 훼방도 한단다. 사업하겠다는 사람들을 날마다 불러놓고 법에 어긋나는 것이 없는지 증명하라고 한단다.

일부 호사가들은 "정부가 낡은 금융산업의 틀과 공생하는 구조를 깨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암호화폐를 훼방놓는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는다. 그럴 리 없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세계 12위 경제선진국 정부가 그럴 리 없다.

그러나 오해는 받게 생겼다. 기업들이 사업하겠다고 나서는데 정부가 훼방을 놓는 모양새니 말이다. 오해받을 일을 한 측은 정부이니 정부가 오해를 푸는 것이 순서다.


사업하겠다는 기업은 발벗고 나서서 서비스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즉시 범법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 이유다. 정부가 자신이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오해를 풀어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블록포스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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