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를 볼모로 잡고 단체행동하다니…"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4 17:30

수정 2019.03.04 17:30

한유총 개학 연기후 오후 취소.. 학부모들 불안감·분노 드러내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 한 유치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 한 유치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립유치원 정문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유치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등원하는 아이들과 입학식으로 북적였을 유치원 앞은 적막만이 흘렀다.

■학부모 "출근해야 하는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이날 오전 개학연기에 돌입했다.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은 239곳에 달했다.
이는 전날 오후 기준 교육부가 집계한 365곳 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학부모들은 불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돌봄교실 대신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한 학부모는 "솔직히 현재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 등원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는 건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엔 부모님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되도록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또 다른 유치원도 예년같지 않은 3월의 첫 날을 보냈다. 이 유치원 통학 버스도 운영하지 않았다. 유치원 관계자는 "입학식만 하지 않았을 뿐 재원생을 위한 돌봄 교실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이날 "자체돌봄을 제공한 유치원이 상당수 있어서 긴급돌봄서비스 신청자는 예상보다 적었다"며 "어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000명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학 이틀 전 통보…답답하다"

그러나 아이를 유치원에 새로 입학시키려 했던 학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7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얼마 전 학부모 OT도 다녀왔는데 개학인 연기는 듣지 못했다"며 "개학 이틀 전 연기를 통보받고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들 볼모로 장사하는 사립유치원은 싹 없어지고 공립 단설유치원을 많이 만들어 유치원 걱정없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날 오전 개학 연기를 철회하는 유치원도 있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 개학연기는 불법"이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한편 한유총은 이날 오후 돌연 개학연기를 철회, 5일부터 유치원을 정상운영 한다고 발표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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