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베트남, 손해본 장사 아니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01 16:30 수정 : 2019.03.01 16:30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열리던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의 응우옌득쭝 인민위원장(시장)은 특별히 시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시민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그는 "외국 기자들과 친구들에게 교양 있고, 우아하며 호의적이고 친절한 베트남 국민과 하노이 시민의 이미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회담 기간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말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현지 경찰은 이날 100%의 인원을 동원해 약 2만명의 경찰을 시내 곳곳에 배치해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대만 EBC 방송의 피터 왕 기자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는 사전에 북·미 정상의 일정을 알기가 비교적 쉬웠는데 여기서는 아무 정보도 없다며 "여긴 너무 어렵다.
경찰이 몇 블록씩 막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 들어간 비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베트남 정부가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베트남이 회담에 공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낙후된 공산국가에서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보통국가로 바뀐 위상을 회담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로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받아들인 베트남은 국가 주도 성장을 추구했다. 경제개방의 중요성을 간파한 베트남 정부는 1990년대 들어 숙적이었던 미국과 화해를 추구했고, 미국 정부는 1994년 베트남 경제봉쇄를 해제해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베트남은 1년 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가입했으며 2007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들어갔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했으며 국민 평균연령은 30.5세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1970~198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방불케 한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2045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목표로 경제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 베트남은 물질적 발전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인정을 원한다. 현지 정부는 오는 2020~2021년 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회원국으로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해왔다. 베트남은 2006년과 2017년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유치했고, 그 외에도 소규모 아시아 회의들을 조직해 국격을 높였다. 지난해 6월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를 3배로 늘리고, 가정별 태양에너지 사용량을 2030년까지 26% 높이겠다고 선언해 친환경 국가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레투흐엉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에 앞서 "만약 '하노이'라는 이름을 딴 평화협정이나 선언이 나왔더라면 베트남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서 베트남이 이번 회담 결렬로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다국적 미디어분석업체인 멜트워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세계 각국의 관심으로 인해 싱가포르가 얻은 홍보가치와 기타 광고이익은 약 6220억원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가 당시 회담에서 지출한 비용은 161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7일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회담 개최지 제공에 감사하다며 주석을 올해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회동에서 베트남이 미제 군사장비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하다며 "우리는 이제 친구"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사이가 틀어진 베트남으로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더욱 절실하다.

베트남은 이번 회담 결렬로 목표했던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미국과 중국,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번에 얻은 유명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글로벌콘텐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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