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北 제시안은 '영변+α' 아닌 '영변'…김정은 '결심' 부족했나

뉴스1

입력 2019.02.28 18:36

수정 2019.02.28 19:33

트럼프 "영변+α 필요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 알고 있다"
'대북 제재 해제' 요구로 맞대응한 北, 향후 협상 여지 남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α(알파)는 없었다."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이 일단 '결렬'로 귀결됐다. 미국 측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추가 핵시설 폐쇄 조치라는 '영변+α'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합의문 서명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틀간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에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
(영변 폐쇄보다) 더 필요했다"라고 즉답했다.

이어 "나오지 않은 것(핵 관련 시설)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도 있다"라며 "우리가 우라늄 농축 시설과 같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수준(레벨)에서 (협상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당초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핵 관련 시설의 공개와 폐쇄를 원치 않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영변 핵 시설 외의 미사일, 핵 탄두, 무기 체계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핵 관련 목록의 작성과 신고를 북한이 받아들이지 못했다"라며 "우리가 이번 회담에서 합의를 하지 못한 이유다"라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명확히 했다.

영변 핵시설의 폐쇄는 이미 북한이 의지를 밝혔던 부분이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다.

미국의 입장에서 영변 핵시설의 폐쇄 안을 가지고 합의문에 서명을 하기에는 '새로운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셈이다.

미국 내부 정치 문제로 인해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합의를 가지고 자국 내 여론을 '컨트롤'하기에는 어렵다는 정무적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북한의 과도한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렬' 결심을 굳히게 한 도화선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실무팀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부족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이 외부의 시선과 달리 비핵화의 결정적 조치일 수는 있다.

일부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능력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며 영변 시설의 폐쇄만으로도 북한의 핵능력은 무력화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우라늄 농축 관련 추가 시설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 같은 분석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북한의 핵시설은 분명히 영변 외에 더 있다"라는 팩트를 던짐으로써 국제사회의 여론을 미국 측에 유리하게 하고 싶다는 의도인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 측의 성의 부족에 대한 실망감을 회담 결렬이라는 방식으로 표했을 수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대로 동창리 미사일 기지,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등 핵탄두 탑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발사 능력의 폐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 미국 측에 큰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협상 방식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미 모든 여론이 '영변+α'에 맞춰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를 모른 척하듯 협상에 임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특히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 혹은 면제가 아닌 협상의 최종 단계 합의 사항으로 여겨진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α'를 제시하지 않은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분위기는 좋고 우호적이었다"라며 "우리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라 악수를 나누고 따뜻한 분위기로 헤어졌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150을 요구해 100을 받아낸다'라는 전략을 구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의 핵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는 만큼, 북한 역시 영변을 내주는 대신 대북 제재와 관련해 '최대한 받아내겠다'라는 의지를 강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제시한 대북 제재 완화 관련 제안에 북한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2차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대화 의지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화 모멘텀의 일시적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의 변동과 북한의 경제 건설의 시간표 등이 대화 재개 시점을 결정하는 데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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