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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하노이 회담 결렬, 北 비핵화 험로 일깨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8 17:57

수정 2019.02.28 17:57

'영변핵+α'·제재 완화 이견
金·트럼프 협상틀 이어가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두 정상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북·미 관계개선, 평화제체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골자로 한 합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담판 결과를 담은 '하노이 선언'은 진통 끝에 유산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타협하는 데 실패하면서다. 한반도가 오랜 대치에서 벗어나 남북 공동번영의 터전으로 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했던 우리 입장에선 아쉬운 일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후 회담장에서 합의문 서명 없이 각각 숙소로 복귀했다.
두 정상이 함께 가질 예정이던 오찬도 취소됐다. 회담 전 분위기와는 다른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불길한 조짐은 합의문을 조율해야 할 실무회담에서 알맹이 있는 합의를 하지 못할 때부터 싹텄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비핵화의 개념 정의에서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스스로 회담 전부터 "서두르지 않겠다"고 되뇔 정도였다.

이는 실질적 북 비핵화의 전도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웅변한다. 미국 조야나 국내 다수 북한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그대로다.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다분히 선언적인 뉘앙스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할 때부터 예견될 수순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 및 운반수단 능력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제거한다'(CVID)는 당초 목표를 거둬들인 게 그 징표다. 특히 회담 전 양국이 막후에서 영변 핵시설 폐쇄, 제재 일부 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및 평화선언 체결 등을 놓고 '스몰딜'을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

그럼에도 회동은 파경에 이르렀다. 미국이 '영변 핵시설+α'와 부분적 제재 완화와 관계개선을 맞바꾸는 카드를 제시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다. 여기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면 문제는 사뭇 심각해진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미·북 간 거래 목록의 불균형이 회담 결렬 요인이라면 재협상의 여지는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대화의 여지를 남긴 건 그래서 다행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협상을 통해 굴러가는 게 우리 입장에서도 가장 바람직하다. 그런 만큼 남북대화의 중요성도 커졌다. 제재 추가 완화나 경협 확대 방안 등이 여전히 북 비핵화를 견인할 유효한 카드다.
다만 혹여 북이 시간을 끌며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국이 되려 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대북 지원을 골자로 한 신한반도체제 구상 등 '당근'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의 고삐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위반하면 제재를 되돌리는 스냅백 조항을 미·북 후속 협상의 합의문에 넣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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