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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속도조절 물건너가나....노사 갈등 곳곳 불씨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7 17:01

수정 2019.02.27 17:01

노동계 요구에 '기업지불능력' 제외
소상공인 반발 불보듯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결정체계 개편 정부안을 최정 확정했다. 그러나 경영계의 요구사항이던 '기업 지불능력'이 노동계 반발로 배제되는 등 곳곳에 갈등을 초래할 요소가 남아있다. '기업지불능력'을 결정 기준에 반영하면 자연스럽게 최저임금 속도 조절로 이어질 것으로 경영계는 기대했지만, 최종안에 빠지면서 노동계 요구에 밀린 '반쪽자리' 개편안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저임금 속도조절 물건너 가나
고용노동부가 27일 발표한 개편 최종안에서 '기업지불능력'은 제외되면서 '주는 사람(경영계)'과 '받는 사람(노동자)' 양측을 고려하겠다는 결정 기준 개편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기업지불능력'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기업지불능력은 이번 결정체계 개편의 핵심 사안이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임금을 주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의미여서다. 지금까지 정부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반영해왔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 영세소상공인들의 기대가 컸다. 영세 중소상인의 기업지불능력으로 볼 수 있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경우 지난 2012년 9.6%에서 2017년 기준 13.3%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기업지불능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는 것은 찬성 반대 입장을 떠나 '최저임금 인상을 꺾기위한 방안'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불만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경영단체들은 “기업이 지불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기업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은 제품가격 인상이나 고용 축소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국민 경제적으로도 물가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기업지불능력 제외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경제 상황에 대해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될 것 같다"면서 "더불어 기업이 영업이익, 매출액 등을 규모별 업종별로 폭넓게 볼 수 있으며 경제 성장률을 포함한 적합한 지표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구간설정위 노사간 대립 가능성 배제못해
최종 개편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만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초안대로 이원화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설정한 전문가 위원 9명은 노사정 추천과 노사 순차 배제 순으로 구성한다. 노사정이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한 후 노사 순차배제하는 방식을 통해 선정한다. 전문성을 높이자는게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간설정위원회가 결정위원회에 앞서 노사간 이해대립을 격는 소모전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즉 구간설정위 전문가들이 노·사의 대리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가 노·사와는 달리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념적으로는 얼마든지 어느 한 편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논의가 구체적인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탁상공론으로 변질할 경우 더 비타협적인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노사 순차배제 방식에 소신있는 전문가를 배제할 가능성이 있나는 지적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전문성 독립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 운영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구간설정위원회에 노사참여가 보장돼야 한다는 데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위원들이 노사의 주장과 그 근거를 명확히 인지하고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구간설정위원회에 특별위원 형태로 노·사·공익(상임위원)을 각 1명씩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임 차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결정위원회는 정부 독점으로 추천했던 공익위원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 추천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논의 구조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간설정위가 만들어지면 논의가 치열해 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의결 요건을 과반수에서 상향 조정해 최대한 타협을 모색하게 해 결정위원회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순차배제 방식을 통해 이념의 논란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결정이 독립성을 찾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더이상 최저임금을 선거 공약으로 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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