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끌이끌] 가족이라면서.. 반려동물, 데려온 뒤에는?

윤아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6 13:59

수정 2019.02.26 13:59

반려동물 기르는 가구, 유실·유기동물 함께 증가
잇단 반려동물 학대 사건, 대중의 분노 커져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되어야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잇단 반려동물 학대 사건에 대중은 분노했다.

지난 9일 강릉의 한 애견 분양가게에서 주인은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3개월 된 몰티즈를 던졌다. 지난달 21일 충남 천안에서는 반려견 11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인들은 ‘홧김에’ ‘어쩔 수 없었다’ 등 무책임한 변명만 되풀이했다.

▲최근 3년간(15년~17년) 유실·유기동물 구조 현황 및 동물보호센터 유실·유기동물 보호형태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참고 작성
▲최근 3년간(15년~17년) 유실·유기동물 구조 현황 및 동물보호센터 유실·유기동물 보호형태 /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참고 작성

반려동물은 느는데.. '동물의 지위'는 여전히 낮아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비율은 23.7%인 것으로 조사됐다.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강아지, 고양이 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흐름 속에 명칭도 달라졌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의미인 ‘애완동물’ 대신 더불어 사는 존재인 ‘반려동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진 것.

그러나 전문가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지위가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대상이란 인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차에 개를 매달고 달리는가 하면, 던지고 때리는 등 심지어 버리기까지. ‘반려’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관이 조사한 유실·유기동물 구조 현황에 따르면 2015년 8만2100마리, 2016년 8만9700마리, 2017년 10만2600마리로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구조되지 못한 동물을 합친다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보호법 강화 및 견주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동물보호법 강화 및 견주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 글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책임지지 못할 거면 키우지 말아야’.. 솜방망이 처벌에 엄벌 요구↑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3월부터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벌칙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또 지난달 17일에는 앞으로 동물 학대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추가 상향하는 등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한 제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는 “여전히 처벌기준이 미약하며,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최고형 아니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견주에 대한 강력처벌과 함께 동물보호법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한다. 한 청원인은 “생명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가 없는 행동으로 생각된다”며 생명이 자기 소유물인 양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분노했다.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키운 신모(23)씨 역시 “말을 못한다고 해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눈을 봐라. 다 알고 느낀다”며 “이 아이들을 때리는 주인의 인성을 검사해봐야 한다.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고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강아지가 자신에게 짖거나, 사납게 굴더라도 그 작은 애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키울 생각을 하냐”며 “책임질 수 없으면 데려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반려동물, 소유물 아닌 ‘생명’.. 구조적 문제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소유물로 여기는 분위기, 또 너무나도 쉽게 반려동물을 사고팔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쉽게 버릴 수도 있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며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 가족이라는 생각보다 좀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며 “반려견을 누구나 너무나도 쉽게 기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사고파는 것에 대한 규제의 부재” 등을 지적했다.

이어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해 이 대표는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동물보호법상의 제도 개선과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사람의 책임 강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차원에서의 교육활동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동물 학대 자체를 중한 범죄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요구된다”며 “사법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정말 엄중한 반사회적인 범죄로 다뤄 형을 선고하는 등 동물 학대를 범한 사람이 향후에 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방향”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려동물 #학대 #처벌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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