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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자영업자] 도소매·숙박음식업, 사업소득·일자리 줄고 빚만 늘었다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4 17:27

수정 2019.02.24 17:28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월평균 161만원 벌어 6.8% 감소.. 1월 취업자 10만7000명 줄어.. 자영업자 대출 늘고 연체 급증.. 해당업종 근로자 소득은 증가
경기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줄고 부채는 확대되고 있다. 24일 서울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경기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줄고 부채는 확대되고 있다. 24일 서울의 한 식당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소득이 줄고, 일자리는 사라지면서, 부채는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부진 여파로 분석된다. 정부가 경제주체의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과 소득재분배를 이끌어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고 있지만 되레 이 정책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목줄을 죄고 있다.

■'3중고' 속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이들의 시름은 사업소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4일 통계청의 '4·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가구주 산업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전국·2인 이상)에서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주로 포진한 업종의 사업소득은 16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4분기보다 6.8% 감소한 수치다.

이들 업종의 사업소득은 2017년 1·4분기 160만원에서 2·4분기 161만원, 3·4분기 162만원, 4·4분기 173만원을 거쳐 지난해 1·4분기 178만원으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2·4분기 171만원, 3·4분기 171만원, 4·4분기 161만원 등 다시 하락하고 있다. 161만원은 2017년 1·4분기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낮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금액은 실적이 없는 가구까지 포함한다. 즉 가계를 접거나 영업포기 등으로 사업소득을 내지 못했던 가구도 함께 계산해 수치를 낸다. 다시 말해 1년 전보다 사업 자체의 소득은 감소한 반면 경영악화로 고용원을 해고하거나 장사 자체를 그만둔 이들은 증가했다는 의미다.

실제 도소매, 숙박음식업은 고용참사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동월 대비 취업자 수에서 도소매업 -6만7000명, 숙박·음식업 4만명 등 두 업종에서만 10만7000명가량 줄었다. 이들 업종 취업자 수는 2017년 11월 1만2000명 증가한 이후 13개월째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두달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자영업, 부채도 가파른 증가

사업소득은 줄고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빚은 가파르게 올라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린 국내 자영업자는 모두 194만명으로, 규모는 432조원에 달했다. 통계가 사업자대출만 따졌다는 점을 고려해 가계대출까지 더할 경우 대출은 7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90일 넘게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한 '채무불이행 자영업자'는 2014년보다 29% 늘어 2만8000명까지 상승했다.

경기둔화 국면에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저소득층 근로자를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영세 자영업자까지 빈곤층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저임금은 작년 16.4%에 이어 올해 10.9% 올라가면서 자영업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등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자영업자·소상공인과의 만남'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형편이 여전히 어렵다"며 "최저임금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의 삶은 더 팍팍하다. 통계청의 가구주 산업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도시·2인 이상)에 따르면 2018년 4·4분기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의 사업소득은 156만8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3%(14만3000원) 줄었다.

■자영업자 사업소득 확대방안 시급

도시에서 이들 업종의 사업소득이 15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사업소득은 2·4분기 -3.0%에서 3·4분기 14.0%로 증가했지만 3개월(1분기) 만에 다시 감소 전환했다. 재산소득 역시 1년 전보다 -44.3% 축소됐다.

분기마다 꾸준히 오르는 근로소득과 대조된다. 도시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의 근로소득은 2017년 4·4분기 -7.0% 이래로 0.1%, 10.4%, 11.5%, 15.4% 등 매 분기 확대 추세다. 2018년 4·4분기는 33만9000원 올라 254만원이 월평균 근로소득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보다 이곳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100만원가량 많은 셈이다.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의 사업소득 감소 및 근로소득 증가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슷한 시기에 변동이 이뤄졌다. 따라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도시 도소매, 운수, 숙박음식업의 근로소득은 올린 반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든지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구조조정,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설비투자 부진, 건설경기 침체 등의 원인이니까 이 부분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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