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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역풍 우려한 투자자에…‘석탄왕’ 글렌코어 생산 제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1 17:39

수정 2019.02.21 17:39

채굴 확대에 수십억불 들였지만 전세계 탄소세 정책 펼치는 추세
화석연료사업 잠재적 피해 염려.. 연간 1억5000만t만 생산하기로
BP 등은 배출가스 줄이기 동참
온난화 역풍 우려한 투자자에…‘석탄왕’ 글렌코어 생산 제한

세계 최대 석탄 광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글렌코어가 지구온난화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석탄 생산을 제한키로 했다. 지난 수년간 막대한 돈을 석탄 채굴 확대에 쏟아부었지만 투자자들의 힘 앞에 꼬리를 내렸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스위스계 다국적 광산·상품 중개업체인 글렌코어는 내년 석탄 생산량 목표인 1억5000만t을 연간 한계로 설정키로 했다. 지난해 석탄 1억3000만t을 생산한 글렌코어는 경쟁업체들이 환경오염에 따른 역풍을 우려해 화석연료에서 점차 손을 떼는 와중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석탄채굴 공격 투자 제동

지난해 리오틴토로부터 호주 석탄광산을 17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지난 수년간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왔다. 글렌코어 최고경영자(CEO) 아이번 글래슨버그는 특히 전세계 유수의 석탄 예찬론자로 1990년 글렌코어의 석탄 부문을 책임지면서 석탄부문에서 글렌코어를 세계 최대 업체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그는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의 석탄광산을 인수했고, 2013년에는 광산업체의 큰 손 엑스트라타를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엑스트라타 인수 뒤 얼마 안 돼 석탄 값이 붕괴하며 투자자들이 글래슨버그 책임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석탄값이 뛰면서 석탄은 글렌코어 상품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 됐다.

글래슨버그는 석탄 호황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실적발표를 위한 전화 회의에서 "석탄 시장은 극도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고, 20일에도 동남아시아 지역 등의 발전용 석탄 수요가 앞으로도 힘찬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각국이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탄소세 등의 정책으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업이 상당한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시스템(캘퍼스·CALPERS)의 지배구조·전략 부문 책임자 앤 심슨은 전세계가 저탄소 에너지 형태로 이동함에 따라 업체들은 더 심각한 잠재적 피해를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글렌코어의 방향 전환도 그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심슨은 막대한 기금을 바탕으로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과 기후변화와 관련한 투자자 논의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심슨은 "캘퍼스는 기업들이 어떤 보호장치도 없는 시장 전환의 혼란을 그저 기다리기보다 석탄 중심 전략에서 이동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압력이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기업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피해야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동기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에너지업체 전략변화 뒤따를 듯

앞으로 기업들의 연례 주주총회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어서 글렌코어의 방향전환 같은 기업전략 변화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당수 업체들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 최대 석유·가스 업체인 로열더치셸은 지난해 12월 자사의 배출가스 저감 목표 설정에 동의해 주요 에너지 업체 가운데 첫 주자가 됐다. 셸은 자사 운영과정에서 배출가스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석유에 비해 배출가스가 적은 천연가스에 집중하도록 하는 궤도 수정에도 나서고 있다.

석유업체 누구도 글렌코어처럼 생산량 한도 설정은 하지 않고 있지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엑슨모빌, 셰브론, 토탈 등은 모두 특정 배출가스 저감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다. BP는 자사의 배출가스 저감을 목표로 설정했고, 셰브론은 메탄가스 배출과 유전에서 발생하는 메탄 연소를 줄이기로 목표를 잡았다.
두 업체 모두 목표가 달성될 경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토탈은 셸처럼 대체 에너지원 투자에 나서기로 했고, 엑슨모빌은 탄소세 도입 주장 로비단체를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메탄가스 배출도 줄이기로 했다.
BP, 셸, 토탈 모두 탄소세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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