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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디지털 신문명 시대, 기술보다 공감능력이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20 17:08

수정 2019.02.20 17:08

[fn논단] 디지털 신문명 시대, 기술보다 공감능력이다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이 우리나라 시장에도 본격화하고 있다.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2018년 전체 소비금액이 100조원을 넘었고, 월매출도 1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도 변화가 극심하다. 전체 업무 처리건수의 80% 이상이 자동화기기와 인터넷뱅킹, 즉 무인화 서비스로 이뤄지고 있고 창구처리 비중은 드디어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제는 식당에서조차 무인판매기가 대세다. 그야말로 디지털 신문명에 따른 시장 생태계의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 디지털 기술이다. 비즈니스의 플랫폼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자동화기기를 넣고, 사물인터넷에 5G를 더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신기술 적용에 여념이 없다. 신기술 적용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트렌드로 보면 정확한 판단이고, 투자다. 그런데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진정한 승부처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만드는 '서비스의 미묘한 차이'에 있다. 그 미묘한 차이는 소비자를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디지털 문명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이 가장 힘써 갖춰야 할 핵심능력은 바로 '공감능력'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먼저 그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니까.

디지털 플랫폼은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성장한다. 개인방송으로 연 수십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사람을 모으는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일단 팬덤이 형성되면 그 힘은 실로 막강하다. 한번 팬이 되면 떠나지 않고 스스로 퍼뜨리기까지 하는 습성은 디지털 문명 시대의 중요한 소비패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거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취약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소비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기보다는 최고의 기술, 최초의 기술을 발판 삼아 성공해온 탓에 누가 먼저 가느냐에만 집착한다. 그래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으면서도 소비자 스스로 열광하는 팬덤을 만드는 데는 취약하다. 사실 사회 전체가 그렇다.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보다는 권력에 의한 통제가 보편적 방식이라 생각하고 쉽게 결정한다. 최근 불거진 유해사이트 차단 문제도, 카풀서비스 규제 문제도 결정 과정에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할까는 애초에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교육시스템부터가 사람을 그렇게 키운다. 시험과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그것만이 성공을 만드는 잣대라고 가르친다. 경쟁시스템에서 친구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을 키우는 일은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한다. 이렇게 자라서 사회에 나오면 공부를 잘한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게 당연하다고 굳게 믿고 그래서 소비자중심 경영, 국민이 대접받는 사회는 요원해진다.

디지털문명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중심사회, 소비자권력사회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을 받으면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면 사라진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강력한 팬덤이 가장 큰 권력이 된다. 음악세계에서 이미 '방탄소년단'이 입증한 팩트다.
돈도, '빽'도 없이 오직 실력과 팬덤으로 국경을 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청년들이 멋지게 보여줬다. 최근 기성세대 정치인과 권력자들이 쏟아내고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지 한숨이 나온다.
제발 BTS에게 손톱만큼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이 시대 진정한 권력은 바로 '소비자'라는 걸.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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