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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식용견 농장 대부분 적자..문 닫는다니 가족들도 반기네요"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6:46

수정 2019.04.11 21:19

폐쇄 개농장주 운영 어려움 토로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네셔널(HSI) 활동가가 지난 13일 충남 홍성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개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네셔널(HSI) 활동가가 지난 13일 충남 홍성 개농장에서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개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 홍성(충남)=김성호 기자】 "젊은 사람들이 개를 안먹으면서 가격도 떨어져서 이제 (개농장은) 돈을 벌지 못해요."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3일 국제 동물구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가 충청남도 홍성군의 한 개 농장을 폐쇄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폐쇄된 개농장주 이모씨(62)는 개농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고기가 보신음식이란 오랜 인식이 유통과정의 불신과 젊은 층의 외면 속에서 무너져가는 것이다. 수년 간 개고기 소비가 급감하며 기존 농가 상당수가 애완견 공급업자로 변신을 꾀하기도 했지만, 기술과 자금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8년전 개농장을 시작한 이모씨가 애완견 공급 농장까지 운영한 지는 만 4년이 됐다.이씨가 식용견 농장을 시작한 것부터 애완견 공급 농장으로 전환한 것. 다시 사업을 접는 것 모두가 사업성 부재 때문이다.

이씨는 "보증을 잘못 서며 생활이 어려워지자 지인이 개 네 마리를 줘서 그걸 종자삼아 (농장을) 시작했다"며 "개가 많이 늘어나니 일이 힘에 부치고 허리도 안 좋아져서 힘이 들었다. 거기다 젊은 사람들이 개를 점점 안 먹으면서 가격도 떨어져서 이제는 사실상 돈을 벌지 못한다고 보면 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이어 "식용견으로 치면 8년 전엔 근(600g)당 4500원 정도 됐다면 이제는 2800원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제 값을 쳐주는 업자를 만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애완견도 사정이 썩 낫지 않다. 이씨는 "기르는 개는 기술이 많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계속하기가 힘에 부친다"며 "아무리 어린 개라도 사는 사람은 활달하고 귀엽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서 낳은 새끼를 들고 가면 잘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감고 있으니 값을 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먹는 것만 해도 한 달에 80만원은 족히 나가는 것 같다"며 "버는 돈이 그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HSI에 연락한 것에 대해 이씨는 "지난 여름부터 (농장을) 닫기로 결심했는데 (키우는 개들이) 워낙 많아가지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산다는 사람도 없고 값도 제대로 못 받을 바에 이렇게 개 좋아하는 사람한테 보내기로 하니 나도 마음이 편하고 고맙다"고 웃었다.

단체로부터 어느 정도 돈을 받고 개를 넘기기로 했다는 이씨는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을 닫는 개 농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앞서 HSI를 통해 키우던 개를 처리한 지인이 이씨에게 이 단체에 연락할 것을 권했다고 한다. 이씨는 "인근에도 개농장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 일 하는 사람 중에 돈 잘 버는 사람 있단 말은 들어본 일 없다.
근처에 다른 농장도 거의 문을 닫았고 보신탕집도 찾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씨의 전업은 가족들도 반기는 일이다.
서른과 스물아홉 두 딸을 뒀다는 이씨는 "냄새도 나고 몸도 힘든데 돈까지 안 되니 딸들이 개를 키우는 걸 좋아했겠느냐"며 "그동안 (키우는) 마릿수도 속이고 말했었는데 개들이 다 나가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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