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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난무한 한국당 전대 ...당내서도 "극우 놀이터" 쓴소리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9 11:15

수정 2019.02.19 13:19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논란을 빚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지지 세력인 일명 '태극기 세력' 때문에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이 2·2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에 출마한 가운데, 극우적 성향의 태극기 세력이 '5·18 망언'을 징계한 당 지도부와 경쟁 후보에 대해 원색적인 욕설 등을 하고 있어서다.

당 내부에서는 전대가 '극우 세력의 놀이판'이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정치권·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19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가 극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일부 비정상적 모습이 있다는 보도를 봤는데, 걱정은 있겠지만 우리당은 충분히 자정능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태극기 세력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전날 대구·경북 지역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태극기 세력의 '타깃'이 됐다. 김 위원장이 5·18 망언 당사자들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는 게 이유다. 김진태 의원 지지를 위해 행사에 대거 모인 태극기 세력은 김 위원장이 무대에 오르자 "빨갱이 XX야!" "XX놈아" 등 욕설을 했다. 김 위원장이 "당원여러분, 조용히 좀 해주십시오"라며 호통을 쳤지만 비방은 수 분동안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같은 수모를 당했었다. 이들은 당대표 경쟁 후보인 오세훈·황교안 후보의 연설 도중에도 고성과 비방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무성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이 과격 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된다"며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지금의 모습은 한 발짝도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당의 '급진 우경화'는 보수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전대를 앞두고 8000여 명의 태극기 세력이 입당 원서를 냈고 절반 이상이 입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전체 선거인단 37만8000여명 중 2%에 불과하지만 결집력이 강한 만큼 전대 행사마다 몰려다니며 극우적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당 밖에서도 '극우정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은 헌법이 정한 민주주의 가치와 정당 역할을 부정하고 막말 대잔치를 통해 극우의 길을 가고 있다"며 "5·18을 왜곡 날조한 망언 의원을 비호하고, 합동 연설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극단적 망발과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전날에는 54개 강원 지역 시민단체가 함께 '춘천 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태극기 세력을 애국 시민이라고 치켜세운 김진태 의원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어제 대구합동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런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는 보다 품격있는 응원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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