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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일 과거사 갈등, 경제 파장은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8 17:31

수정 2019.02.18 17:31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다. 냉랭한 단계를 넘어 경제보복이 거론될 정도로 험악해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도화선이지만,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강성 대응이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근접 비행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양국이다. 이런 분위기가 경제문제로 전이되면 양국 모두 득이 될 것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쌍방 간 감정적 대립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언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 조야에서 운위되는 "대한국 보복조치"는 사뭇 충격적이다. 징용피해자 측이 신일철주금의 압류재산 매각절차에 착수하면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물자 수출을 규제한다는 내용이 그렇다. 심지어 여당인 자민당 외교부회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물론 이런 조치는 일본으로서도 손해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긴요한 불화수소 수출을 중단하면 반도체 설비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도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측이 국제여론을 악화시킬 자해 카드를 쉽게 빼들 순 없을 것이다.

다만 협력 기류가 냉각되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우리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재일동포와 단기체류자는 물론 일본 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층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의 블룸버그 인터뷰를 둘러싼 논란도 이 정도에서 접으면 좋겠다.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 타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실제 사과를 받아내긴커녕 일본 정치인들이 반한 목소리만 높이는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계기 사태로 인한 한·일 대치로 아베 신조 총리는 지지율 50%를 회복했다.
그사이 일본 지식인 226명이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일은 복수정당제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북아 이웃이다.
어차피 안보와 경제 양면 협력이 숙명이라면 과거사 문제도 국제여론과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에 호소하는 장기전을 펴는 게 현명한 선택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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