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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스크린 스포츠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8 17:31

수정 2019.02.18 17:31

40~50대 중·고등학교 동창생이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 아쉬울 때 흔히 가는 다음 코스는 당구장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남성의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요즘 풍경이 바뀌었다. 십중팔구는 이런 대화가 오가게 마련이다. "그냥 집에 가긴 그렇고 스크린(골프) 어때?" "콜!"

스크린스포츠가 호황이다. 골프뿐 아니라 야구, 볼링, 낚시,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종목도 각광받고 있다.
스크린골프 선두업체인 골프존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누적 라운드 5600만회, 연간 누적 이용객 수만도 50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골프 인구 630만명이 골프 활동에 주로 이용하는 장소도 골프장(17.9%)이나 실외 골프연습장(23.2%)이 아니라 스크린골프장(43.3%)으로 조사됐다. 골프존이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도 작년 말 현재 5756개로 스타벅스 매장보다 5배 많다. 이러다보니 GT투어(남자), WGT투어(여자) 등 스크린골프장에서 열리는 골프대회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야구, 축구, 사격, 승마, 컬링, 양궁 등도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다. 골프와 달리 이들 종목의 향유층은 비교적 젊은 편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에 있는 스크린스포츠 복합매장 '레전드 히어로즈' 같은 곳에 가면 젊은 회사원이나 가족 단위 내장객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스타필드 경기 고양점과 하남점에 입점해 있는 '스포츠 몬스터'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스크린스포츠 테마파크다. 이들 공간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을 접목해 스크린스포츠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스크린스포츠의 성행은 한국인 특유의 '방 문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노래방, 찜질방, PC방, 비디오방, 게임방, 멀티방, 인형뽑기방 등 한국에는 유난히 '방'자 돌림의 놀이시설이 많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한국인들은 사회적 위신 등을 매우 중시하지만 '방'에 들어가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긴다"고 전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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