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목숨 걸고 중국 갔더니 인신매매 내몰려…" 탈북자의 절규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8 17:27

수정 2019.02.18 18:02

탈북자 75% "인신매매 당했다" 브로커에 속아 무방비 범죄 노출
강제결혼·성매매 등 인권침해 심각..대응할 마땅한 방법 없어 속앓이
국가·기관 관리 ‘긴급쉼터’ 필요
"목숨 걸고 중국 갔더니 인신매매 내몰려…" 탈북자의 절규

#.A씨는 지난 2016년 북한에서의 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탈북을 결심했다. 천신만고 끝에 중국으로 입국하는 데 성공한 A씨는 보다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에서부터 탈북을 도왔던 브로커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A씨를 판매하는 인신매매업자로 둔갑했기 때문이다. A씨는 뒤늦게 속은 사실을 깨달았지만 탈북자 신분인 A씨가 도움을 구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중국에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를 통한 강제결혼·강제성매매 등 반인륜적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행해지고 있어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 75%가 "인신매매 당했다"

18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탈북자 중 74.6%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했다. 조사 대상은 북한을 탈출해 현재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200명으로 이들 모두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입국했다.

인신매매 범죄를 경험한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 피해자로, 중국인 남성과의 강제결혼의 대상이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신매매를 경험한 이들 중 90.7%에 달했다. 이 밖에도 탈북자들은 인신매매 이후 강제노역과 강제성매매 등에 동원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 내 탈북자들이 높은 빈도로 범죄에 노출돼 있음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탈북을 도운 브로커들이 중국에 입국하자마자 낯빛을 바꿔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사전에 범죄 사실을 알아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전에 알아챈다고 하더라도 중국 공안의 수배 대상인 탈북자들이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016년 북한을 탈출해 2017년 한국에 정착한 김모씨(37)는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이미 늦었다고 보면 된다.

탈북자들이 중국 내에서 도움을 구할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누구는 살겠다고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데 그런 절실함을 악용한 아주 악질 중의 악질"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탈북자들이 경험한 범죄의 60% 이상은 북한 내, 혹은 중국 내 브로커에 의해 이뤄졌다. 또 북한 국경을 넘은 직후 이뤄진 범죄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 탈북자들은 중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긴급쉼터 제공이 대안"

그러나 탈북자들을 상대로 한 범죄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큼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직접적 수단은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문에 탈북자들이 짧은 기간이나마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간을 제공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가 혹은 기관 차원에서 관리되는 안식처를 통해 범죄의 손길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성진 선임연구위원은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 등의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이들을 위한 일시적 긴급쉼터 제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이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일정기간 동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다 근본적인 조치로 유럽연합(EU)에서와 같이 장기적인 보호시설을 확보해 정착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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